사회 사회일반

"전기장판 있어도 전기세 때문에… "

“전기장판은 왜 안 켜놓고 있냐고? 전기세는 뭐 하늘에서 떨어지나. 그냥 추워도 견디는 수밖에…” 성탄절을 이틀 앞둔 23일 오전 노원구 중계본동의 백사마을. 체감온도가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등 올 겨울 들어 가장 매서운 한파가 들이닥친 이날 만난 서정순(78)씨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했다. 집 한 쪽 구석에 놓인 기름보일러 위에는 까만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서씨는 “그나마 전기장판이 있어 가끔씩 몸을 녹이지만 이마저도 전기세 걱정 때문에 자주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백사마을은 현재 서울에 마지막 남은 달동네다. 내년부터 재개발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돼 2016년이면 임대주택과 분양 아파트가 이 자리를 메우게 된다. 지금 이곳에는 1,500여 가구가 모여 있지만 인구는 고작 1,000명을 웃도는 수준이다. 청계천의 판자촌 철거 이후 건너와 40여 년을 백사마을에서 살았다는 국순자(82)씨는 “재개발이 확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빈 집이 더욱 많아졌다”며 “안 그래도 마을이 썰렁한데 지금 같은 추운 겨울에는 더욱 마음이 쓸쓸해진다”고 전했다. 국씨는 “재개발 하면 어차피 다 소용 없다는 생각 때문에 칼날 같은 바람이 들락날락해도 집수리 할 생각을 안 하는 주민이 대부분”이라고 혀를 찼다. 임계호 서울시 주택본부 주거재생기획관은 “마을의 풍경과 향취를 최대한 보존하는 방향으로 재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 공무원, 자원봉사자, 시민단체 관계자 등 200여 명과 함께 백사마을을 방문했다. 박 시장은 자원봉사자들과 집집마다 외풍을 막아줄 문풍지를 바르고 연탄도 날랐다. 취약계층의 겨울나기 지원을 위한 ‘희망온돌 프로젝트’에 민간과 기업의 후원이 잇따르면서 이불과 쌀, 라면 등의 생필품도 한 가득 전달됐다. 박 시장은 “리어카를 끌고 내리막길을 내려오다 보니 앞으로 쏠리는 힘을 막아줄 억제력이 필요하더라”며 “시정을 펼칠 때도 무작정 내지르기보다 힘 조절이 중요한 거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방한 작업, 생필품 전달, 연탄 배달 등의 자원봉사는 이날 오전으로 끝이 났지만 시민들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정기탁을 하면 백사마을 주민들의 겨울나기를 지속적으로 도울 수 있다. 김윤형 인턴기자(고려대 미디어학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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