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담뱃값 인상 발표 이후 KT&G의 주가가 연일 약세다. 시장에서는 담뱃값 인상이 10년 만에 이뤄지는 만큼 소비자의 가격 저항을 불러와 KT&G의 매출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감과 출고가격(ASP) 상승에 따라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KT&G는 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2.88%(2,600원) 내린 8만7,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정부가 담뱃값 인상안을 내놓은 첫날 5.5% 급락한 데 이어 이틀 연속 하락세다.
이번 담뱃값 인상이 KT&G의 실적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는 쪽은 가격 인상폭이 너무 크다는 점을 꼽는다. 과거 인상 때와 비교해 이번이 너무 커 단기적으로 판매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얘기다. 우원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담배가격이 2,000원 인상되면 담배소비량은 34% 감소한다"면서 "출고가격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판매량이 34% 줄면 KT&G의 내년 순이익은 기존 추정 대비 33%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지난 2004년 말 담뱃값을 500원 인상한 후 이듬해 내수 담배 총수요는 23% 줄었다. KT&G 연간 내수 판매량과 연간 매출액도 각각 전년대비 27.0%, 21.7% 감소했다. 박애란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보건복지부는 담배가격이 2,000원 올라가면 판매량이 20.5%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며 "이 경우 KT&G 출고가격 인상률(4.5%)보다 판매량 감소율이 더 커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짧게 보면 악재지만 중장기적으로는 KT&G에 호재라는 분석도 있다. 가격 인상에 따른 수익성 개선 효과가 판매량 감소를 만회해줄 것이라는 얘기다. 차재헌 동부증권 연구원은 "KT&G가 보유하고 있는 담배 완제품 재고의 평가이익은 기존 1,000원 인상 때 700억원 내외였지만 가격 인상폭이 2배로 늘어난 만큼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담배 판매량이 12% 이상 큰 폭으로 감소하지 않는 이상 주당순이익(EPS)에 부정적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담뱃값이 2,000원 인상되면 제조업체의 담배 한 갑 당 평균판매단가(ASP)는 최소 50원씩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정부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아직 많은 단계가 남아 있는 만큼 실제 인상폭에 주목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조현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정부안대로 추진되면 KT&G의 출고가격 인상폭이 작아 실적악화가 불가피하지만 1,000원 수준의 세금 인상과 자체적인 가격 인상이 갑당 100원 이루어질 경우 내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3.0%, 26.2% 늘어날 것"이라면서 "정책 시행까지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앞으로 정책의 방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