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는 힘겨운 오늘보다 내일이 더 걱정이다. 내년 공공공사 발주 물량이 예년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다 주택시장 침체의 터널 역시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건설 쪽을 돌파구로 삼아 공을 들여보지만 경험이 부족한 업체가 단기간에 실적을 올릴 수 있는 시장은 아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며 건실하다고 생각했던 기업들도 재무구조가 빠르게 악화되는 상황"이라며 "한발만 잘못 내디디면 곧바로 '아웃'이라는 위기감이 업계 사이에서 번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건설사들을 한숨 짓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수주물량 감소다. 대한건설협회 및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내년 공공ㆍ민간 부문에서 발주될 공사물량은 총 103조원으로 추정돼 지난 2007년(127조9,000억원) 이후 5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내년 정부ㆍ지자체 등의 공공공사 물량은 28조6,000억원으로 추정돼 58조5,000억원에 달했던 2009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나마 워크아웃 업체들로서는 수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공공공사 물량조차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해외 건설 역시 중견사들의 돌파구는 되지 못했다. 실제 지난해 해외 수주실적을 살펴보면 전체 수주금액 715억달러 가운데 상위 15개사가 수주한 금액은 700억여달러에 달해 전체의 98%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해외 수주실적을 거둔 422개 업체 가운데 중소사 400여개 업체의 수주금액은 전체의 2%에 불과하다. 올해에도 여전히 상위 15개사의 수주 비중이 전체 수주금액의 91%를 차지할 정도로 높았다. 해외건설협회 김태엽 정보기획실장은 "중소 건설사는 최저가 입찰 등 단순 도급형 공사를 수주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이 사업들조차 중국ㆍ인도 등 저가 노동력을 앞세운 경쟁국 업체들에 밀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협회 측에서도 지속적인 교육과 대형사ㆍ중견사 동반 진출 등의 노력을 꾀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민간 공사 발주 물량은 내년에 다소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 역시 워크아웃ㆍ법정관리를 진행 중인 업체들에는 남의 떡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내년에는 재개발ㆍ재건축 수주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수혜는 일부 대형사에 국한된 것"이라며 "워크아웃 업체는 아예 입찰에서 배제되는 경우도 많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고사 위기에 처한 워크아웃 건설사들이 활기를 되찾기 위해서는 주택시장의 회복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홍일 건산연 연구위원은 "지방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지만 전국 주택 공급량의 50%를 차지하는 수도권 시장 회복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