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라그룹:7/영국 웨일스 중장비공장(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산업혁명 본향에 한국산업 “우뚝”/지게차·건설장비 등 연 6,000여대 생산/지난 9일 준공식땐 엘리자베스 여왕도 참석/유럽형 새 모델 개발 영업망 확대 총력영국 런던에서 서쪽으로 고속도로를 4시간 가량 달리면 웨일스에 들어가는 관문인 세븐브리지가 나온다. 잉글랜드와 웨일스를 잇는 이 다리는 왕복 6차선으로 길이 4㎞가 넘는 거대한 구조물이다. 잉글랜드와 달리 완만한 구릉지로 구성된 웨일스는 1066년 영국을 통일한 에드워드 1세가 주위의 빼어난 경관에 반해 황태자를 「The Prince of Wales(웨일스의 왕자)」로 부르도록 명령, 지금까지 영국 황태자의 공식명칭에 웨일스가 들어갈 정도로 경치가 좋다. 그러나 웨일스 사람들은 스스로를 영국인이 아니라 웨일스인이라 부르고 있다. 대부분의 간판도 영어와 웨일스어로 병행해 표기하고 있으며 웨일스 인구 2백90만명의 10% 가량은 아직도 웨일스어만을 사용하고 있다. 철과 석탄이 풍부해 1백년전 산업혁명의 발상지가 됐던 웨일스는 석탄산업의 퇴조와 함께 지역경제가 크게 흔들렸다. 그러다 최근 외국기업을 대거 유치하면서 예전의 생기를 되찾고 있다. 그 주역의 하나가 한라중공업이다. 한국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웨일스에 진출한 한라의 중장비공장(한라유로엔터프라이즈사)은 웨일스의 수도 카디프에서 북쪽으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머서티드필지역의 애버팬계곡 중턱에 자리잡고 있다. 웨일스인들에게 애버팬 계곡은 산사태(66년)로 무너져 내린 흙더미가 초등학교를 덮쳐 수업중이던 학생들과 교사 1백66명이 몰살한 장소로 기억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곳은 미국의 가전제품 생산업체인 후버사, 일본의 현지투자회사로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AB일렉트로닉스사 등 외국기업들이 모여드는 최적의 투자지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이에따라 영국전체의 5%에 불과한 웨일스에 외국기업의 20%(3백80개업체)가 집중될 정도로 투자환경이 어느 곳보다 좋은 곳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미국기업 1백30여개, 일본기업 50여개에 비해 국내기업은 한라, LG전자, LG반도체 등 3개사에 불과하다. 그나마 LG전자와 LG반도체는 98년말∼99년초 준공을 목표로 최근 공장 착공에 들어간 실정이다. 한라가 유럽진출의 교두보로 웨일스를 선택한 것은 좋은 투자환경 때문이다. 유럽시장의 무관세 혜택은 물론 총투자규모에 따른 지원금이 만만치 않다. 웨일스 개발청에서 외국 투자기업들에 돈을 주며 유치하고 있기 때문. 웨일스는 외국기업 유치에서 실업률이 높아 보조금을 상당액 지급하는 개발지역과 보조금 지급이 개발지역보다 적은 준개발지역, 보조금 지급이 없는 일반지역 등 3개지역으로 구분하고 있다. 한라의 머서티드필지역은 3대째 실업자 전통(?)을 잇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보조금 혜택이 가장 큰 지역중 하나다. 한라는 이번 웨일스공장 건설에서 투자액의 55%에 해당하는 약 1백20억원을 지원받아 전액 판매와 서비스망 구축에 투자했다. 강경호 부회장은 『거액의 보조금을 주면서 기업을 유치한다는 것이 우리나라 현실과는 너무 달라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며 『웨일스의 외국기업 유치사업은 그들의 실업문제 해결과 연관되어 있어 어느나라보다 조건이 좋다』고 말했다. 웨일스는 유럽연합(EU) 가운데 가장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있으며 탁월한 교통운송망으로 쾌속의 물류시스템이 가능한 것이 또 하나의 장점. 특히 영국에서 가장 크고 광범위한 납품업체 네트워크를 운용, 거래선 및 합작투자선 알선으로 부품업체 수배는 물론 생산품의 영국 및 유럽지역내 판로도 안내해 주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시험생산에 들어간 한라웨일스 중장비공장은 김성진 한라영국법인장(전무) 등 주재원 10명과 현지채용인 3백여명 등이 근무하고 있으며 6월 본격생산을 앞두고 지난 5월9일(현지시간) 공식적으로 준공식을 가졌다. 준공식에는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이 행사에 참석, 웨일스 투자에 대한 영국정부의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이 공장은 부지 7만2천평, 건평 6천8백평 규모로 전동지게차(4개모델), 엔진지게차(13개모델) 등 운반장비(연간 5천대 규모)와 휠로더(3개모델), 굴삭기(5개모델) 등 건설장비(연간 1천대 규모)를 포함해 연간 6천여대의 중장비를 생산할 수 있다. 공장에 들어서면 한라그룹의 영문이니셜(HALLA)을 이용한 Harmony(화합), Awareness(주의), Localization(분권), Loyalty(성실), Achievement(달성)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또 공장 한편으로는 「Our Aim Is Customer Satisfaction(우리의 목표는 고객만족)」, 「Today’s Quality Tomorrow’s Prosperity(오늘의 품질 내일의 긍지)」라는 표어도 보인다. 충북 음성에 있는 중장비공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지붕높이를 9m로 높이고 조립라인의 동선을 짧게하는 등 적은 인원으로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눈길을 끈다. 한라는 지난 93년 유럽시장에 지게차를 처녀수출한 이후 지난해 1천대의 지게차 판매실적을 올렸다. 이 공장에서 유럽인들의 취향에 맞는 새로운 모델을 생산, 유럽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한다는게 한라의 전략이다. 땅이 무른 유럽지형에 알맞은 13톤급 크롤라타입을 주력으로 버켓의 종류도 소량 다품종으로 생산,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할 계획이다. 한라는 이 공장의 완공으로 현지생산 및 영업이 가능해져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광범위한 유럽시장을 잡기위해 중장비 영업조직을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3개 영업권으로 확대했다. 특히 장비영업의 핵심인 애프터서비스망 구축을 위한 부품창고와 워크숍을 확보, 영업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또 그동안의 대리점 체제에서 벗어나 직접 판매체제를 갖추면서 판매방식도 일대 전환했다. 한라는 유럽지역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홍보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역별로 선호하는 모델을 파악한후 판매 가능한 제품에 대해 국가별로 집중광고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또 주요 전시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현지 전담 광고대행사를 지정, 웨일스 공장 동정 및 판매추진상황, 신모델 소개, 신기술 개발동정 등을 알릴 예정이다. 이와함께 현지 특정소비자와의 친분을 통한 밀착판매가 가능한 지역딜러의 영업활동을 보조하기 위해 딜러에 대해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딜러들의 전시회 참가비용 50%와 고객초청간담회 행사, 엔지니어 기술연수, 대형 입간판 설치비용 등도 지원을 높이고 있다. 한라는 이같은 생산 및 판매전략을 Correct amount(적기생산), Correct place(적기적재), Correct time(적기납품)의 3C운동으로 뒷받침한다는 전략이다. 「관세장벽」만을 의식하고 소극적으로 대처하다 가동중단 상태에 들어간 현대중공업 벨기에 앤트워프 중장비공장을 거울삼아 단순히 유럽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유럽에 뿌리를 내리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웨일스=채수종> ◎인터뷰/김성진 영국법인장/“내달부터 공장가동 내년 매출목표 1억5천만불 무난” 한라그룹은 영국 웨일스 중장비공장의 준공을 계기로 유럽지역을 영국, 프랑스, 독일 등 3개 영업망으로 재구축했다. 그리고 직판체제 구축, 딜러 모집, 대대적인 광고를 통한 인지도 높이기 작업에 들어갔다. 김성진 한라그룹 영국법인장(전무)을 만나 한라의 유럽전략을 들어보았다. ­웨일스에 투자를 한 이유는. ▲투자액의 50%를 넘는 정부보조금 등 다른 지역에 비해 투자여건이 좋다. 물류기반도 잘 돼 있고 근로자들의 인건비가 국내보다 30%나 낮아 투자의 최적지라고 생각하고 있다. 98년이면 투자비 회수가 가능할 것이다. ­시황전망은. ▲최근까지 유럽경기가 좋지 않아 어려웠으나 하반기부터는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올 매출 및 시장점유율 목표는. ▲6월부터 본격적으로 공장이 가동된다. 올해는 7천만달러의 매출을 계획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1억5천만달러는 무난할 것으로 본다. 올해 시장점유율 3%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점차 확대가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생산 및 판매전략은. ▲유럽형 중장비를 소량 다품종으로 생산, 직판체제를 통해 판매를 늘릴 것이다. 소비자들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대대적인 광고와 판매후 철저한 애프터서비스로 유럽에서 뿌리를 내리도록 하겠다. ­한라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인가. ▲한국업체들은 경쟁상대로 생각하지 않지만 일본의 고마쯔나 도요타 등에 비해서는 제품의 품질이나 딜러확보, 가격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공장준공으로 물류비를 대폭 줄일 수 있어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채인과의 관계는. ▲웨일스 사람들은 대부분 성실하고 유순해 인간관계가 좋다. 기술력 향상을 위해 국내 음성공장에서 재교육을 시킬 계획이다. 아직 현채인과는 별다른 문제발생은 없다. 관리만 잘하면 노사분규의 염려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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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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