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대형 건설사 90여곳이 조달청과 공공기관이 발주한 최저가 낙찰제의 공사를 따내기 위해 허위 서류를 제출한 사실이 적발돼 무더기 징계 처분을 받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에 적발된 업체에는 국내 10대 대형 건설사가 모두 포함돼 있다. 이들은 앞으로 최장 9개월간 정부가 발주하는 공공공사의 입찰이 금지돼 건설업계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조달청은 지난 28일 계약심의위원회를 열고 공사금액 300억원 이상의 최저가 낙찰제 공사 입찰에서 허위 증명서를 제출한 68개 건설사를 적발해 부정당 업체로 지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들 업체는 최저가 낙찰제 공사의 입찰금액 적정성 심사(저가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시공실적확인서와 세금계산서 등의 증명서를 허위로 꾸며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달청은 지난해 6월 공공부문 최저가 낙찰제 공사 입찰서류에 위ㆍ변조가 많다는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지자체 발주 공사를 포함해 85개 업체의 허위서류 제출 의심 사례를 적발했으며 최근 건설업체의 소명 등을 거쳐 이번에 68개 업체를 부정당 업체로 지정했다.
부정당 업체로 지정된 건설사는 앞으로 최장 1년간 정부가 법으로 정한 공공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기업이 발주하는 공공공사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게 돼 영업활동에 타격을 입게 된다.
조달청은 업체간 경중을 고려해 최저가 낙찰제 공사를 수주한 건설사중 상대적으로 허위서류 제출 건수가 많은 H건설, G건설 등 4개 업체에 대해서는 가장 긴 9개월간의 입찰 제한을 결정했다.
또 최저가 공사를 수주했으나 이들 업체보다 허위서류 제출 건수가 적은 39개사에 대해서는 6개월, 허위서류로 입찰에 참여했으나 공사 수주에 실패한 25개사에 대해서는 3개월의 제재를 내렸다. 조달청은 이달 29~30일중 해당 건설사에 처분 결과를 통보할 방침이다.
조달청 변희석 시설국장은 “국가계약법 시행령에 따르면 허위서류 제출 업체는 최대 1년간 입찰 제한을 할 수 있으나 무더기 징계에 따른 건설업계의 파장을 고려해 징계 수위를 3~6개월 가량 낮췄다”며 “이번에 적발된 건설사는 다음달 13일부터 발주하는 공공공사에 입찰이 금지된다”고 말했다.
조달청이 부정당 업체와 처분 기간을 확정함에 따라 LH, 도로공사 등 나머지 공공 발주기관도 곧바로 제재 수위를 확정해 통보할 계획이다.
LH는 최근 최저가 낙찰제 공사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여 42개 건설사를 허위증명서 제출 업체로 적발했으며 도로공사는 16개사, 한국전력은 1개사를 적발해 최근 해당 건설사의 소명을 받았다.
국토부와 건설업계는 발주기관별로 중복 적발된 건설사를 제외하면 총 90여곳의 건설사가 단독 혹은 복수의 발주처로부터 징계 처분을 받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 업체중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이내 업체는 60여곳이며 상위 50위권 이내 건설사도 4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저가 낙찰 공사 수주가 많은 국내 굴지의 10대 건설사는 모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시공능력이 검증된 대형 건설사가 상당수 공공공사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면서 건설업계에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당장 3~6개월간 공공공사 수주가 중단되면 부도 등 퇴출 위험에 몰리는 곳이 늘어나고, 하도급 건설사의 연쇄부도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며 “현재 100대 건설사 가운데 23~24개 건설사가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을 진행 중이어서 공공공사 입찰 제한에 따른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의 신인도 하락으로 국가간 경쟁이 치열한 해외 건설공사 수주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우리 해외건설 수주의 텃밭인 중동ㆍ아프리카의 플랜트 수주 경쟁이 뜨거운 상황이어서 경쟁 국가들이 우리 건설사를 흠집내기 위해 이번 일을 악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해외공사 수주에 커다란 악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는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법원에 즉각 집행정지 가처분과 소송을 진행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한 대형 건설사의 관계자는 “세금계산서 허위서류 제출 등은 지난 2006년 5월 저가심사 도입 이후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것인데 뒤늦게 제재를 가하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며 “최저가 낙찰제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온라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