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한-대만 70년, 혈맹에서 동반자로


조백상 주타이베이 한국대표부 대표


타이베이에 부임한 지 3개월이 지났다. 그간 각계 각층의 인사들과 교분을 나누며 한국에 대한 많은 관심과 애정, 그리고 기대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의 보통 사람들에게 과거 20여년 간 대만은 기억 속에서 잊혀진 멀리 떨어진 존재로 인식돼온 것 같다. 그러나 대만에서는 관심을 계속 가지고 우리 지난 20여년의 발전상을 지켜봐왔으며 한국과 관련된 일들로 때론 가슴 아파하고 때론 기뻐해왔다.


단교 아픔 딛고 주요 교역국 부상

지난해는 '카이로 선언' 70주년이 되는 해였다. 미국·영국·중국의 지도자가 1943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회동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처리에 관해 협의했고 한국 독립을 최초로 공식화했다. 지난해 한국에서도 기념 학술회의가 개최돼 한국의 독립을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해준 리더가 장제스 총통이었으며 이러한 지지의 배경에는 백범 김구 선생께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이끌며 항일 독립투쟁을 전개했고 이를 높게 평가하며 지원해온 장 총통과 백범 간 우의와 신뢰가 있었다는 점이 재조명됐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자 국제사회에서 가장 먼저 정부승인을 하고 외교관계를 수립하며 축하해준 것도 현재의 대만이다. 지난 4월 필자가 처음으로 타이베이에 발을 내딛고 몸소 체감한 오늘의 대만, 그리고 한국과 대만의 관계는 놀라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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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한·대만 교역 관계인데 지난해 상호 교역량이 304억달러로 상호 5·6위의 교역상대로 발전해왔다. 두 번째는 인적교류로 지난해 대만에서 한국을 찾은 관광객은 50만명으로 외국 관광객 중 4위를 차지했다. 한국에서 대만을 방문하는 숫자는 지난해 36만명, 그리고 올해는 50만~60만명에 달해 상호 방문객 수가 최초로 100만명을 돌파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민의 대만 방문 열풍은 한국에서 지난해 여행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대만편이 방영된 후 새롭게 인식하게 된 대만의 매력 덕분이라고 여겨진다. 필자도 타이베이에서 생활하면서 대만사람들의 친절함과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 그리고 다채로운 먹거리와 즐길거리에 매료되고 있는데 한국인들의 대만 방문 열풍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한편으론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폭발적인 인기에서 보듯 그간 대만은 한류를 도입하고 이를 아시아 주변 국가에 전파하는 데 전초 기지 역할을 해왔다. 지금도 한류 연예인들이 연이어 공연과 팬미팅을 하며 한류를 지속시켜주고 있다. 이와 함께 대만을 찾는 한국인이 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이를 매우 반기고 있다.

한류 매개로 상생관계 키워나가길

반면 가슴 아파한 일들도 있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게 한국이 대만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하게 된 일이라고 생각된다. 한국에 대해 어느 국가보다도 특별한 우의와 애정을 가진 대만 국민들이었기에 1992년 8월 이후 오랫동안 서운한 마음이 지속돼온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여겨진다. 오늘날 한국이 경제 발전과 민주 발전의 성취를 이룬 것처럼 대만의 2,300만명 인구도 경제의 풍요로움과 민주제도를 훌륭히 정착시켜왔다. 산업국가 간 서로의 비교우위를 갖고 활발한 교역을 발전시켜왔으며 우리의 사과와 배, 그리고 대만의 애플망고와 리치가 양국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과 대만은 실로 서로 경쟁하면서 끌어주는 상생의 동반자가 돼온 것을 이곳에서 몸소 체험하게 된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은 상생의 동반자를 더욱 소중히 여기고 각 분야에서의 교류와 협력을 심화시켜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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