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개인보다 못한 국부펀드

KIC, 올 초 메릴린치 물타기 했다 큰 손실…21억弗 투자 5억弗 남아


한국투자공사(KIC)가 지난 2008년 대규모 손해를 낸 메릴린치(BoA에 합병됨)에 올 들어 추가 투자를 했다가 또다시 큰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써 KIC는 21억달러를 메릴린치에 투자해 5억달러만 남게 됐다. 아직까지 주가를 처분하지 않아 실현손실은 발생하지 않았으나 외환보유액 수익을 늘리기 위해 설립한 국부펀드의 개인투자자보다 못한 위험관리로 투자 적정성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올 초 BoA메릴린치 주가가 상승세여서 KIC가 상반기 중 734만주를 순차적으로 추가 매입했다" 며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로 주가가 급락해 KIC가 또 대규모 손실을 입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KIC는 2008년 1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메릴린치에 20억달러를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봤으며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메릴린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그해 9월 흡수합병됐다. BoA메릴린치 주가는 올 1월 중순 15.25달러까지 올랐다가 이후 줄곧 약세를 보였다. 특히 미국 재정위기가 부각되면서 8일에는 6.51달러로 주저앉았다. KIC는 지난해 감사원 감사까지 받으며 메릴린치 투자를 재점검했으나 막연히 메릴린치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손절매를 하지 않고 추격 매수하는 우(愚)를 범했다. 지난해 4월 BoA메릴린치 주가는 20달러에 육박해 KIC가 당시 주식을 팔았더라면 투자손실을 6억달러 정도로 줄일 수 있었다. 미국 월가 동향에 밝은 한 금융계 인사는 "KIC가 지난해 중반 주가가 좋을 때 최선의 손절매를 한다 해도 바로 손실이 실현될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고 오히려 욕심을 부린 것 같다"고 말했다. KIC가 올 들어 1억달러 가까운 추가 투자를 하는 바람에 잠정 손실액은 1년 사이 10억달러 늘어난 16억달러에 이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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