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로펌 대표와의 '솔직토크'] 손동우 법무법인 은율 대표변호사

"로펌경영, 규모보다 실속이 중요하죠"<br>'잘 나가던' 회사 그만 두고 외환위기때 사시도전 결심… 경제전문가출신 기업형CEO<br>소속 변호사 한자리에 모여 주요 사항 만장일치로 결정<br>"해외진출기업 자문시장 개척 이민·유학 분야가 블루오션"



법무법인 은율의 손동우 대표 변호사는 법조인으로는 드물게 경제학 석사학위까지 마친 경제 전문가다. 대학 졸업 후 3년간 LG경제연구소와 LG그룹 회장실에서 외환시장과 관련된 연구 업무를 하다 보니 국제금융시장 동향에 정통하다. 변호사가 돼서도 전공을 살려 해외증권 발행,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분야의 전문 변호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손 대표는 “주요 고객이 금융기관이다 보니 사석에서 만나도 금융이나 경제 관련된 얘기를 많이 하게 된다”며 “경제학도 출신이라는 점이 의외로 많은 도움이 된다”고 귀띔했다. ◇IMF 외환위기가 인생의 전환점= IMF 외환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1999년. 손 대표는 과감히 LG에 사표를 내고 사법시험 도전을 결심했다. 가족들이 극구 말렸지만, 손 대표의 결심을 꺾진 못했다. 손 대표는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왜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는지 모르겠다”며 “명예퇴직 공포가 있는 회사원 보다는 전문직을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사법시험 도전 결심 이유를 설명했다. 서른 넘은 나이에 생소한 법 공부를 하는 것이 예상보다 쉽지는 않았다. 다행히 손 대표보다 먼저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동생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결과는 더욱 놀라웠다. 2년뒤 손 대표 형제는 나란히 사법시험에 합격한 것이다. 한해 사시 합격생이 600명에 불과하던 때라, 언론도 형제의 성공기를 다룰 정도였다. IMF 위기가 손 대표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면, 동생은 손 대표 인생을 성공으로 이끈 은인이다. 손 대표는 “동생의 도움이 없었으면 2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시험에 합격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 ◇로펌 운영, 리스크 관리가 최우선= 경제전문가에서 법조인으로 변신했지만, 손 대표의 몸 안에는 여전히 경제학도의 DNA가 남아있다. 그래서 로펌을 경영함에 있어서도 그는 늘 “규모보다는 실속”을 강조한다. 최근 로펌의 트렌드가 된 대형화 바람에도 그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몇몇 로펌이 합병을 제의한 적도 있지만, 모두 거절했다. 그는 “외국의 경우에도 비록 변호사 숫자는 적지만 영향력은 더 큰 로펌이 많다”며 “타 로펌과 합병을 완전 배제하지는 않지만, 무리한 몸집 불리기를 지양하고 내실을 추구한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익과 리스크를 철저히 구분하는 전형적인 기업형 CEO인 셈이다. 그는 “어느 로펌이나 변호사 30명 수준까지는 무난하게 성장하지만 50명, 100명의 중대형 로펌으로 도약하기는 힘들다”며 “서두르지 않고 한걸음씩 나아갈 것”이라며 조심스런 입장을 견지했다. ◇젊음과 실력으로 승부= 은율은 화우· KCL·서정 등 중대형 로펌의 금융·해외증권 발행·인수합병(M&A) 팀에서 활약하던 30대의 젊은 변호사 9명이 의기투합해 지난해 5월 설립됐다. 생긴지 1년도 채 안됐지만, 은율의 실력은 경쟁 로펌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을 정도다. 특히 해외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대형 로펌도 1~2건밖에 수임하지 못하는 해외 PF를 지난 1년간 6건이나 진행할 정도로 전문 로펌의 입지를 완전히 굳혔다. 은율은 또 소소 변호사들이 젊다는 특징이 있다. 이렇다 보니 전관출신 변호사 중심의 권위적이고 관료적인 경쟁 로펌과는 조직문화가 크게 차이가 난다. 대표 또는 파트너와 소속 변호사간 상하관계는 생각할 수도 없고, 오로지 업무와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주요 경영사항을 결정할 때는 소속 변호사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거침없이 의견을 개진한 후 만장일치로 결정한다. 비슷한 또래의 변호사들이 모이다 보니 열정적이면서도 자유분방한 분위기는 은율의 최고 강점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젊은 분위기 때문인지, 변호사들도 속속 합류해 이제는 20여명을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손 대표는 “창립 첫 해 치고는 꽤 성공한 셈”이라며 “그러나 만족이라는 단어를 쓰기는 좀 그렇고 1라운드는 나름 잘 치렀다고 자평한다”며 웃었다. ◇해외투자·이민 시장 개척= 손 대표는 해외 진출하는 기업에 대한 법률 자문 시장을 개척하는 것을 우선 과제로 꼽았다. 국내투자가 일정부분 한계에 달한 만큼 해외투자 부분에 진출하지 않고서는 추가적인 성장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손 대표는 특히 베트남과 러시아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로펌들처럼 현지 법인이나 사무소를 설치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굳이 많은 비용을 들여서 사무소를 내지 않고서도 로펌과의 제휴를 통해서도 고객들이 만족한 만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손 대표의 설명이다. 해외 이민유학분야도 손 대표가 꼽는 블루오션 중 하나다. 조만간 미국 변호사들과 연계해 본격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손 대표는 “국내에서도 학원시장의 규모가 급성장했듯 외국 유학 수요 역시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며 “해외 이민 분야에 공을 들이는 로펌들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피아노 치는 로맨틱 가이= 손 대표는 주말을 잊을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학창시절에는 피아노, 기타로 분위기를 내는 로맨틱 가이였지만, 해외 출장이 잦다 보니 요즘은 영화 한편 보기조차 버거울 정도로 시간에 ?기고 있다. 그래서 생각해 낸 휴식법이 출장 때마다 현지의 유적지 등을 둘러보는 것이다. 손 대표는 “출장 때 잠시 짬을 내 유적지를 관광하다 보면, 마음이 안정되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인생의 멘토가 누구냐는 질문에 손 대표는 뜻밖에도 자신과 함께 은율을 설립한 “동료 변호사들”을 꼽았다. “새로 로펌을 만든다는 것이 쉬운 선택은 아닌데, 서로간에 믿음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 이라며 “한 사무실에서 동고동락하는 동료에게서 항상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경제전문가에서 법률가로, 그리고 로펌 CEO로 도약을 거듭해온 손 대표가 다음에는 어떤 변신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 법무법인 은율은

관련기사



기업법무·증권금융 전문… 해외PF분야 두각
법무법인 은율은 2007년 5월, 손동우 대표변호사를 비롯한 12명의 기업 법무 전문 변호사들이 의기투합해 설립한 기업법무 및 증권금융 전문 로펌이다. 고용, 노동, 인수ㆍ합병(M&A) 등 기업 일반에 대한 자문부터 시작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외국기업의 국내 상장, 해외증권 발행 등 다양한 증권ㆍ금융 분야의 자문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은율은 30~40대의 젊은 변호사들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업무를 수행해 나가고 있다. 때문에 창업자나 대표변호사 1인이 로펌 전체를 주도하는 기존 대형로펌과 달리 구성원 각자가 '파트너'라는 생각으로 의사를 조율하며 로펌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해외PF 분야에서 탁월한 실력을 인정받아 1년 만에 변호사수가 20명을 넘어서는 빠른 성장세를 보여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5~6개 증권사 및 은행 등의 PF자문 업무와 맡고 있고, 해외증권 발행과 M&A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은율은 향후 무역자유협정(FTA) 발효 이후 도래할 해외 유명 로펌들과의 제휴, 연합 또는 경쟁을 대비해 2~3년 내에 변호사 수를 30명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현재 업무 협조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 영국, 홍콩 등지의 지명도 있는 로펌들과의 유대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ㆍ발전시켜 기업 법무 및 국제거래 분야의 법률 서비스를 선도하는 로펌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 약력

▦1968년 대구 출생 ▦1987년 대구 덕원고 졸업 ▦1993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1994년 LG 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 연구원 ▦1995년 서울대 경제학과 대학원 졸업 ▦1997년 LG그룹 회장실 해외사업팀 ▦2000년 제42회 사법시험 합격 ▦2003년 법무법인 케이씨엘 변호사 ▦2004년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2006년 법무법인 서정 변호사·금융팀장 ▦2007년 법무법인 은율 대표변호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