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국제연합(UNㆍ유엔) 사무총장에 오를 경우 우리나라는 국가적 위상 제고, 외교역량 강화, 국민적 자긍심 고취 등 직ㆍ간접적으로 엄청난 실익을 얻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반 장관의 선출 가능성은 어느 정도이며 어떤 인사가 경쟁상대가 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 탄생하나=유엔 사무총장은 안전보장이사회에서 15개국 중 5개 상임이사국(P5, 미국ㆍ중국ㆍ영국ㆍ프랑스ㆍ러시아)을 포함한 9개국 이상의 동의를 얻은 후보를 유엔총회에 추천하면 191개 회원국이 추인하는 절차를 통해 선출된다. 상임이사국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단 한 나라로부터라도 반대표를 얻을 경우 사무총장이 될 수 없다. 이 때문에 유엔 사무총장은 사실상 P5가 ‘점지’하는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과거의 관례를 보면 P5는 선출 직전까지 지지 후보를 비밀에 부치면서 ‘거부권’이라는 특권을 최대한 활용해왔다. 예컨대 미국은 6대 부트로스 갈리(이집트) 사무총장의 재선을 막기 위해 끝까지 거부권을 행사해 코피 아난 현 사무총장을 당선시켰다. 즉, 마지막 순간까지 누가 선택될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나 여러 사정을 따져봤을 때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반 장관을 후보로 내기로 내정하고 P5를 비롯한 주요 유엔 회원국들과 ‘조용한 접촉’을 통해 일차적인 반응을 타진했다. 그 결과 P5가 대체로 호의적인 반응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수 유엔 회원국들 사이에서 차기 사무총장이 아시아에서 나와야 한다는 중론이 형성돼 있다는 점도 유리하다. 이는 그동안 유엔 사무총장직을 5개 대륙별로 순환해가면서 맡아왔기 때문. 또 각종 스캔들로 실추된 유엔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조직혁신을 이뤄야 한다는 점에서 정치인보다 행정가 출신이 차기 사무총장에 올라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여론도 반 장관에게는 좋은 여건이다. ◇어떤 후보들 뛰고 있나=차기 사무총장 선출은 안보리가 유엔 사무총장 선출 안건을 채택함과 동시에 절차가 시작된다. 현재로서는 차기 사무총장 선출 개시가 5~6월께가 될지, 7~8월께가 될지 불투명하다. 미국은 조속히 선출절차를 마무리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프랑스 등 다른 나라들은 현 총장의 ‘레임덕’ 현상을 우려해 미국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있기 때문. 선출시기는 불투명하지만 일부 잠재적 후보들은 이미 캠페인에 나서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태국의 수라끼앗 사티안타이 부총리와 스리랑카의 자얀타 다나팔라 전 유엔 군축담당 사무차장이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밖에도 동티모르의 호세 라모스 호르타 외무장관, 싱가포르의 고촉동 전 총리, 라트비아의 바이라 비케프라이베르가 대통령, 폴란드의 알렉산더 크바스니예프스키 전 대통령 등이 거론되고 있다. 가장 먼저 출마를 공식화한 수라끼앗 전 태국 부총리는 아세안 10개국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국제형사재판소의 설치를 반대해 유럽의 반감을 샀고 경험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국제 외교가의 냉대를 받고 있다. 다나팔라(스리랑카)는 10년에 걸친 풍부한 유엔 경험에서 평가를 얻고 있고 호르타(동티모르)는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바 있어 국제적인 지명도에서 높다는 것이 강점이다. 이밖에 아직 입후보를 선언하지 않은 고촉동 전 싱가포르 총리가 ‘다크호스’로 떠오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중국계 인사인데다 영연방 국가 출신이라는 점에서 중국 및 유럽의 지지를 얻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