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진임 기아그룹회장(월요초대석)

◎“기아가족들의 재건열정 믿음직”/‘신상필벌’ 강조… 장기적으론 연봉제 도입/타사와 전략적 제휴등 반드시 회생시킬것『집념의 진념으로 불러주십시오.』 여의도 기아그룹빌딩 11층 그룹회장실에서 만난 「진임」기아그룹회장은 자신의 「집념」을 이같이 밝혔다. 지난 6일 「기아·아시아자동차 공동법정관리인」으로 선임된 뒤 그룹회장에 추대된 진회장은 예상 외로 빠르게 「기아회장」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날 인터뷰에서 진회장은 『LG를 비롯한 국내외 어떤 기업과도 손잡을 준비가 돼 있다』 『내년초 사외이사제를 구성하겠다』 『신상필벌의 경영을 펴겠다』는 등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했다. 약속된 1시간이 지났는데도 『더 얘기하자』며 판매간부회의를 30분 연기한 진회장에게서는 「관리인」에서 풍길 것으로 예상했던 「외부인」 「관리자」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아주 짧은 기간에 「완벽한」 기업인으로, 그룹총수로 바뀌어 있었다. □대담:박원배 산업1부 차장 ―취임사와 인터뷰, 임직원들과의 만남에서 『명예를 걸고 기아를 살리기 위해 왔다』는 말을 자주 했는데요. ▲내년초 강의를 맡아 「교수」로 변신하게 돼 있었어요. 장관 퇴직 후 전남대 등에서 특강을 하고 박사학위를 딴 것도 학교가 좋아서였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기아회생의 중책을 맡게 됐지요. 처음에는 거절했어요. 공무원에서 기업인으로 변신한 선후배들의 일(로비 등)하는 모습과 정부도 어찌 못하는 기아를 회생시킬 수 있을까 걱정했지요. 그러나 진회장은 『기아는 다른 기업과 달리 국민의 사랑을 기반으로 발전한 회사라는 생각과 주변의 권유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또 기아 때문에 어려워진 국가의 경제난국을 풀고 싶었고, 기아를 리스트럭처링해서 다시 세우는 것이 국가경제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이를 맡게 됐다』고 말했다. 취임 후 며칠 지나 만난 진회장은 「기아가족」을 수시로 강조하는 기아인이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나는 새로움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역경의 효율」을 갖고 있고, 그리고 낙관주의자』라는 그의 말은 신뢰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최소경력의 기아맨」이지만 진회장은 열정과 강한 의욕으로 넘쳤다. ―취임하신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어떻게 보내고 계십니까. ▲기아가족의 일원이 된 그날부터 하루하루를 한달처럼 보내고 있습니다. 정말일까. 실제로 진회장의 하루하루는 거의 빈틈이 없었다. 비서실에 확인한 12·13일의 스케줄을 보자. 12일 상오8시 출근 업무보고―11시30분 김대중국민회의후보 공장방문 수행―하오1시 연구소 방문―1시50분 식사―6시30분까지 국내외 언론 인터뷰―9시 판매간부회의 주재―10시 KOEX 신차발표회 점검―10시30분 퇴근―13일 상오7시 조찬―10시 부산출장…. ―바쁜 일정에서 무엇을 확인했습니까. ▲기아 재건을 위한 기아가족들의 열정입니다. 4개월 가량 시달리면서 정신적·경제적으로 고통을 받았지만 이제는 뭔가 해야 되겠다는 눈빛을 확인했어요. ―그렇다면 기아의 회생은 보장된 것일까요. ▲아닙니다. 새로 태어나야 합니다. 기아가족의 고통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홀로 서서 기아의 정통성을 유지하는 것은 모두가 주인이 되는 길뿐입니다. 나를, 기득권을 버리고 기아가 어떻게 하면 살아날 수 있느냐만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면 회생할 수 있어요. 회생 가능성이 없었다면 오지 않았을 겁니다. ―기아에는 입사 15년이 된 사장도 기아맨이 아니라고 말할 정도로 독특한 문화가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가족주의, 온정주의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좋은 의미도 있지만 냉혹한 경쟁시스템에서 그것만으로는 살아날 수 없어요. 철저한 신상필벌이 없으면 안됩니다. 앞으로 인사는 신상필벌이 기본이며 장기적으로는 연봉제를 도입할 것입니다. ―물갈이인사를 한다는 말로 해석해도 됩니까. ▲잘되는 기업은 적절한 시기에 물갈이를 합니다. 첫째 원칙은 내부에서 끌어올리는 것이지요.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내부에서 안되면 과감하게 외부에서 수혈할 것입니다. ―LG그룹과의 제휴가 거론돼왔는데요. ▲현재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요. 그러나 외국업체든 국내업체든 전략적 제휴는 반드시 해야 합니다. 혼자서는 못 살아요. 진회장이 중책을 수락한 것은 기아의 문제에 대해서도 깊이 연구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또 이 인식은 앞으로 추진할 인사, 구조조정 등 경영정상화 방안에서도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이는 진회장이 내놓은 「기아문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진회장은 『기아사태는 외부환경이 급변하는데 이에 적절하게 적응하지 못해서 발생했다고 본다. 기아는 국내에서 기술과 품질에서는 최고로 평가되지만 아무리 잘 만들어도 시장에서 안 먹히면 그만이다』고 말했다. 진회장이 그 예로 든 게 정통스포츠카인 엘란. 『기술적으로 아주 좋은 차지만 시장경쟁력이 없어요. 현대의 티뷰론과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어요. 두번째로 마케팅과 파이낸싱도 기아의 약점입니다. 기술이나 공학을 한 사람 중심으로 톱매니지먼트가 구성된 결과라고 봅니다.』 진회장은 취임 직후 창업자(김철호회장)의 묘소를 찾았다. 그 이유를 묻자 진회장은 『당연한 일이다』고 말했다. 『기아에 왔으니 기아인이 돼야 합니다. 나는 단절되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연결시키면서 잘되는 것은 계승하고 미흡한 것은 보완해야 합니다.』 「완전한 기아인」이 되겠다는 것이다. ―새정부 출범 후 입각제의를 받는다면 어떻게 할 것입니까.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기아에 온 이상 이른 시일 내에 기아를 정상화시키는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기아의 경영정상화에서 가장 큰 해결과제로 지적되는 것은 노조의 협력이다. 최근 새 집행부가 구성됐다. 진회장은 노조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기아노조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기아가 어렵게 된 요인은 복합적입니다. 그중 노조도 책임이 있어요. 그러나 부도사태 후 눈물겹게 협조하고 있습니다. 신임위원장 만나 곰탕 먹고 소주 한잔 하면서 『지금 기아는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하지 않으면 실패한다. 이제 바꿔야 되지 않겠느냐』고 당부했어요. 또 강성이란 게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애정과 열정이 있다는 것이지요. 그것을 정상화에 쏟으면 큰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부정적으로 분출될 에너지를 국가와 회사갱생에 모으는게 정치와 경영인의 미학입니다. ―기아와 아시아자동차의 제3자인수는 없다고 했는데요. ▲정부로부터 확약을 받았습니다. 3자에 매각한다면 내가 올 이유가 없었지요. 이 문제는 기아가족이 하기 나름입니다. 과감하게 혁신하고 자구노력을 하면 사는 거고, 지금까지처럼 좋은 게 좋다고 하다 보면 나도 보장 못합니다. 아시아자동차 문제는 그것이 기아의 조기정상화에 도움이 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고 봅니다. 매각이냐 합병이냐는 어떤 것이 정상화에 도움이 되느냐로 판단해야 한다는 뜻이지요. 이는 다른 계열사에서도 마찬가집니다. ―진회장과 박제혁사장은 법적으로 공동관리인입니다. 인사권을 누가 행사하느냐가 큰 관심을 끌고 있는데요. ▲큰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박사장과 나는 기본적으로 생각이 같아요. 중요한 문제는 나와 박사장, 기조실장, 채권단 추천인사 등 5∼6명으로 경영위원회를 만들어 결정할 계획입니다. 집행은 기아의 경우 박사장이, 아시아는 정문창사장이 맡게 됩니다. 이 위원회는 법정관리가 개시되는 내년초 정식으로 도입하게 되는 사외이사제의 전단계로 보면 됩니다. 사외이사는 직원이나 노조의 추천인물, 소비자대표 등으로 구성되며 투명경영의 기초가 될 것입니다. 진회장은 매일 새벽5시30분에 집(방배1동) 근처에 있는 우면산 등정으로 건강을 다지고 하루를 시작한다. 진회장이 요즘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오는 20일 한국종합전시장에서 열리는 「9개 차종 신차발표회」다. 이를 제3의 기아 창업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행사의 캐치프레이즈도 스스로 다음과 같이 만들었다. 「기아가 새출발합니다. 기아는 국민과 함께 갑니다.」<정리=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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