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고유가 태풍의 직격탄을 맞았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최근 경유 값이 안정세를 타면서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2일 한국자동차공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 8월 SUV는 1만5,798대가 팔려 전달보다 80%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완성차 가운데 경유 값 급등으로 가장 고전했던 쌍용차의 판매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8월 들어 경유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렉스턴ㆍ뉴카이런ㆍ액티언ㆍ로디우스 등 쌍용차의 디젤차 판매량은 1,907대를 기록했다. 이는 경유 값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6월(567대)보다는 무려 336.3%나 늘어난 것이다. 한때 리터당 2,000원을 넘어섰던 경유 가격은 7월29일 1,900원 아래로 떨어진 뒤 현재 1,7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조심스럽게 불고 있는 SUV 훈풍은 영업소에서 먼저 느껴지고 있다. 모근종 쌍용차 도곡영업소 소장은 “두달 전만 해도 고객들이 SUV 선택에 거부감을 나타냈었는데 지금은 거부감이 많이 해소된 상태”라며 “내방고객과 판매대수가 6월보다 15~20% 증가했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대표적인 SUV 모델인 스포티지 디젤 차량도 지난달 판매량이 1,067대로 6월(669대)보다 59%가량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경유 값이 2,000원대에 달했던 7월 1,210대를 기록했던 가솔린 모델은 지난달 991대로 뚝 떨어졌다.
경기를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는 중고시장에도 경유 차량 회복세가 감지되고 있다. SK엔카에 따르면 중고시장에 나오자마자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팔렸던 디젤 SUV 차량이 최고 100만원까지 상승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2006년식 현대 투싼 2.0 디젤은 100만원까지 올랐고 테라칸도 40만원가량 상승했다.
하락폭이 가장 컸던 쌍용차 액티언과 렉스턴은 20만원가량 올랐다. SK엔카 측은 “중고차 시세는 보합세를 유지하거나 떨어지는 경우가 보통”이라며 “경유 값 급등으로 갑작스런 폭락세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는데다 추석과 맞물려 SUV 디젤 차량 가격이 전체적으로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