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참 안타까운 검찰


얼마 전 끝난 프로야구 한국 시리즈는 무척 재미있었다. SK가 롯데를 이긴 플레이오프는 특히 명승부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패넌트 레이스 도중 감독이 바뀌는 우여곡절을 거치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투타 모든 면에서 우위를 보인 롯데를 이긴 데 대해 많은 사람들이 SK의 저력이 대단하다는 평가를 아끼지 않았다. 최근 검찰이 SK에 대해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수사에 피치를 올리자 의도에 대해 여러 가지 소문이 무성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프로야구에서 SK가 롯데를 이긴 괘씸죄라는 것이었다. SK·저축銀 조사 국민여론 싸늘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여권이 해야 할 중요한 일 중 하나는 PK의 민심을 추스르는 것이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PK의 마음을 얻기 위해 몇 번씩 직접 가서 사람들을 만날 정도인데 난데없이 SK가 롯데를 이겨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SK가 요즘 롯데를 이긴 데 대해 땅을 치고 후회를 하고 있다는 전언까지 덧붙여졌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이건 우스갯소리다. 하지만 이런 우스갯소리가 나오게 된 배경은 궁금하기만 하다. 수사는 이미 전에 다 끝나 있었을 텐데 그때는 가만 있다가 왜 지금 호들갑을 떠는 걸까. 시중에 떠도는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검찰은 속전속결로 스마트하게 결과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SK 수사에 대한 시중의 반응이 "참 이상하다"는 것이라면 부산저축은행 사태 수사결과 발표에 대한 반응은 "참 어이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다. 단일 금융비리로는 사상 최대인 무려 9조원이 넘는 비리가 저질러졌는데 이 비리에 연루된 정부 고위인사가 청와대의 전 홍보수석 한 명이라니…. 검찰이 이번에 기소한 부산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은 불법대출에 관여한 박연호 회장 등 20명에 달한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고작 17억원의 로비 자금을 박태규에게 건넸고 박태규는 이 중 10억원도 채 쓰지 않았다.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당사자에게는 큰 일인 법이다. 당사자는 가능한 모든 연줄을 동원해 그 일을 처리하려고 하는 게 당연하다. 9조원대의 비리를 청와대 수석 한 명을 통해 입막음하려 했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 검찰의 'SNS를 통한 허위사실의 유포에 대한 처벌 방침'은 또 어떤가. 어찌나 말이 안 되는지 한나라당조차 "정치도 모르는 정치검찰"이라며 맹비난할 정도였다.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원칙적 구속수사'라는 얘기는 전부터 익히 들어온 상투어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상의 무죄추정 원칙과 불구속수사 원칙을 깨는 위헌ㆍ위법적 수사(修辭)로 검찰이 겉으로는 국민의 공복이라면서도 속으로는 얼마나 국민 위에 서있다고 생각하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검찰이 이처럼 스스로를 초법적 권력기관으로 여기는 과대망상과는 정반대로 자신의 본분을 잊어버릴 때도 있었다. 검찰은 얼마 전 유명 교회 원로목사의 아들을 불구속 기소했다. 아들은 자신이 회장으로 있던 회사의 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억원의 형이 확정됐다. 초법적 권력기관 망상 버려야 문제는 아들이 누군가에게서 증여를 받아 벌금을 냈다는 부분이다. 검찰 조사 결과 아들은 아버지가 원로목사로 있는 교회의 장로들에게서 돈을 받았고 원로목사는 장로들에게 이 돈을 갚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 다리 걸친 증여로 원로목사는 당연히 증여세를 내야 하지만 내지 않았다. 이에 대한 검찰의 입장은 "목사는 납세 의무자가 아니어서 처벌할 수 없다"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납세의 의무를 진다는 것은 헌법을 들먹일 필요도 없는 사실이다. 목사는 대한민국 국민이니까 납세의 의무를 진다. 검찰의 직무유기다. 최근 신문 사회면을 달군 검찰발 기사는 이렇게 안타까운 얘기로만 뒤덮였다. 검찰의 자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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