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대형마트용 PB(자체 브랜드) 상품 출시를 자제하던 업계 1위 브랜드 제조업체들도 최근 PB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불경기에 판로를 확대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대형마트의 '바잉파워'에 밀려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PB 제품을 출시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 9월부터 빙그레와 제휴해 PB 제품인 '이마트 바나나맛 우유'와 '이마트 딸기맛 우유'를 출시했다. 이마트 바나나맛 우유와 딸기맛 우유는 기존 용기모양이나 성분 등을 차별화해 출시했다고 빙그레측은 설명했다. 빙그레는 국내 바나나맛 우유 시장의 85%를 차지할 정도로 시장 점유율이 독보적이어서 이번 이마트 PB 상품 출시는 이례적인 경우로 업계는 보고 있다. 서울우유도 이마트 PB 상품으로 '고칼슘우유'를 판매하고 있는데 하루 평균 판매량이 지난 1월 900개 수준에서 9월 3,100개로 세 배 이상 늘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2월부터 국내 간장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는 샘표식품에서 만든 PB 제품인 '홈플러스 알뜰 진간장'을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은 아직 출시한지 1년도 안 됐지만 소비자의 반응이 좋다고 홈플러스측은 설명했다.
롯데마트에서는 롯데 계열사인 롯데햄이 납품한 '와이즐렉 김밥속햄'과 '와이즐렉 스모크햄', 롯데제과가 만든 '와이즐렉 카스타드', '와이즐렉 자이리톨', 롯데칠성의 '와이즐렉 제주감귤'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그 동안 대부분 업계 2, 3위 업체나 중소업체들이 주로 공급하던 대형마트 PB 시장에 업계 선두기업마저 뛰어들고 있는 것은 불경기에 새로운 판매처를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PB 제품이 자사의 제조업체 브랜드(NB) 제품과 경쟁 관계에 놓일 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매출 확대에는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입장에서도 업계 1위 브랜드가 만든 PB 제품은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어 긍정적이다. 직장인 김모씨는 "대형마트에서 PB 제품을 살 때 제조업체를 꼭 확인하는데 업계 1위 업체가 만든 제품의 경우 믿을 수 있어 바로 손이 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대형마트의 구매력을 무시할 수 없어 자사 NB 제품과의 경쟁을 무릅쓰고 PB 제품을 공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업계 선두 기업이라 할지라도 대형마트에 한가지 제품만 공급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대형마트가 PB 제품 공급을 요청해오면 거부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