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본격적으로 자체브랜드(PLㆍPrivate Label)상품을 출시한 것처럼 대형 유통업체들의 PL상품 확대는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의 한 대형마트는 팔리는 물건 5개중 2개가 PL제품일 정도로 PL상품이 차치하는 비중이 높다. 이들 PL상품이 추구하는 것은 ‘저가격ㆍ고품질’이다.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똑똑해진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이제 유통업체 간 경쟁이 입지 확보의 문제에서 어떤 상품을 취급하느냐의 문제로 변했음을 보여준다.
변화의 패러다임은 대형 유통업체들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1000원숍으로 불리는 균일가 매장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의 1,000원숍은 ‘상품의 가치보다는 싼 맛에 들르는’ 저가 할인매장 정도로 인식돼 경기가 어렵거나 불황기에만 잘되는 것으로 여겼다.
즉 제품의 질보다는 싼 가격에 물건을 산다는 인식이 더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1000원 숍은 불황기일 때만 잘된다”는 말은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올들어 더욱더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 국내 균일가시장을 보면 이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균일가시장 1위 기업인 모 기업의 경우 1,000~3,000원대의 가격임에도 지난 9월 누적 매출액 1,000억원을 지난해 달성 시점보다 3개월 앞당겨 달성했다. 브랜드 론칭 이후 43%라는 최고 성장률도 기록했다. 이는 경기침체기나 불황일 때뿐만 아니라 소비심리가 높을 때도 좋은 품질의 균일가 제품은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팔려나간다는 말이 된다.
눈여겨볼 점은 균일가시장이 꾸준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 나라들이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이 아니라 미국ㆍ일본ㆍ스페인 등과 같은 선진국이라는 점이다. 선진국 소비자들일수록 다양한 구매 경험과 사용 경험을 갖게 돼 합리적인 가격에 기대 수준 이상의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을 선호하는 소비 경향을 띠기 때문이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PL제품 확대와 국내 균일가시장 성장에는 공통적으로 이전보다 훨씬 똑똑해진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저가격ㆍ고품질’전략이 깔려 있다. 대형 유통업체의 경우 국내 제조업체들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저렴한 가격의 PL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3,000원 미만의 제품만을 판매하는 균일가기업의 경우 환율이나 원자재 상승 등에도 불구하고 판매가격이 고정돼 있는 균일가 제품의 특성상 글로벌 소싱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균일가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들은 매월 다양한 신제품 개발을 위해 해외상품 전담 부서를 따로 조직해 국내뿐 아니라 중국ㆍ미국ㆍ동남아ㆍ러시아 등 전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유통 판로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통업체들이 저가격ㆍ고품질전략을 구사하면서 다양한 제품을 쏟아낼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브랜드’다. 브랜드는 소비자들에게 제품 고유의 이미지뿐 아니라 직접적으로 제품을 신뢰하고 구매하게 만든다. 좋은 브랜드는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는 만큼 수많은 상품 속에서 경쟁력을 갖는다. 때문에 PL제품이나 균일가 제품은 단지 싼 가격의 수많은 제품 중 일부가 아니라 개성을 가진 하나의 통일된 브랜드로 인식돼야 한다.
가격의 메리트와 함께 품질로 소비자가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브랜드를 정착시키는 것이 기업의 경쟁력이자 핵심이다. 또 무조건 싼 가격이 아니라 남들이 취급하는 않는, 그 점포에서만 찾을 수 있는 특화 상품을 개발하고 선보여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향후 유통업체의 패러다임은 어떤 상품을 취급하느냐에서 더 나아가 소비자에게 어떤 이미지의 브랜드로 인지되느냐 하는 방향으로 점점 진화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