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금감원 구조 자체가 불신 자초했다

제식구 관리 못하고…낙하산 감사 시스템…잦은 조직개편까지

'시장의 불신을 초래하고 이를 증폭시키는 것은 다름 아닌 금융감독원 자체다.' 전ㆍ현직 임직원의 잇단 비리와 감독능력 부족 및 현장 장악력 미흡 등 금융감독원에 대한세간의 시선이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 특히 '제 식구도 제대로 관리 못하는 감독기관을 어떻게 믿고 따를 수 있겠느냐'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금감원의 '자체 정화능력'. 금감원 안팎에서는 최근 불거진 각종 비리와 도덕적 해이는 내부 감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발생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금감원 직원들은 업무의 특성상 유혹에 쉽게 노출된다. 따라서 이를 제어하고 통제할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금감원 감찰팀의 인원은 현재 7명. 이들이 금융기관이나 기업 등을 상대하는 대민(對民) 업무 전체를 들여다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금감원은 뒤늦게 감찰팀 인력을 2배로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제 역할을 수행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금감원이 '스스로에 대해 너무 관대하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뇌물을 받고 구속되더라도 면직 판정이 날 때까지 급여를 받는데다 퇴직금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수령할 수 있는 상황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금감원 직원은 공무원 신분은 아니지만 공무원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며 "직무유기ㆍ직권남용ㆍ수뢰 등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퇴직 후 너무 자연스럽게 금융기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낙하산 감사'도 하루빨리 떨쳐버려야 할 관행이다. 금융기관 내부감시자 역할을 담당해야 할 감사 자리에 금감원 직원이 이직하다 보니 각종 잡음과 비리가 끊이지 않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주요 금융기관 감사 자리에 직원을 선별해 내려 보내는 관행을 끊지 않으면 금감원의 모럴 해저드를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잦은 조직개편도 금감원의 내부 결속과 높은 도덕성을 가로막은 걸림돌로 작용한다. 금감원은 지난 1999년 설립 이래 부서단위의 조직개편만 20회 이상 실시했다. 이러다 보니 업무보다 인사에 더 신경을 쓴다. 금감원이 은행ㆍ증권ㆍ보험감독원과 신용보증기금 등 4개 감독기관을 통합한 만큼 출신별로 보이지 않는 견제와 알력이 작용해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떨어진다는 점도 '부실 금감원'의 큰 요인으로 꼽힌다. 금감원의 한 직원은 "은행감독원 출신 위주로 주요 보직과 인사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비은행권 출신 직원들이 업무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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