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운신 폭 좁아진 SK… 인수 강행이냐 포기냐 골머리

[외풍에 흔들리는 대형M&A] 하이닉스 새주인 찾기 또 무산 위기<br>SKT 그룹 리스크 커져 막판까지 고심… 참여하더라도 단독입찰 특혜 시비 우려<br>"자칫하면 대생 인수 한화그룹처럼 곤욕"… 일각선 "차라리 입찰참여 포기" 주장도


하이닉스반도체 매각이 경제 외적인 변수 탓에 또다시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재계 안팎에서는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출 제조업 확보'라는 숙원을 풀기 위해 하이닉스 인수에 적극 나섰던 SK그룹은 본입찰 참여를 이틀 앞둔 지난 8일 전격 단행된 SK그룹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여파로 정신을 못 차리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SK의 하이닉스 인수 포기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09년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특혜 시비로 하이닉스 인수를 철회했던 효성그룹의 전철을 밟는 듯한 양상이다. ◇본입찰 마감 이틀 전 불거진 악재=9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본입찰 마감을 하루 앞둔 이날 오후 이사회 멤버들과 간담회를 열고 하이닉스 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최종 회의를 진행했다. 여기서 결정된 내용은 10일 본입찰 마감 직전에 열리는 이사회를 통해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적지 않게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입찰 마감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이뤄진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이 그룹 총수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높여주면서 인수 이후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에 조금씩 힘이 실리고 있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SK그룹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이런 상황에서 단독입찰로 하이닉스를 품에 안더라도 나중에 생길 수 있는 특혜 시비다. 특히 정권이 바뀌게 될 경우 대한생명을 인수한 한화그룹처럼 두고두고 곤욕을 치를 수 있다는 게 SK의 가장 큰 고민이다. 이에 더해 당장 '발등의 불'로 떨어진 검찰 수사는 SK의 운신의 폭을 좁게 만들고 있다. 물론 SK그룹은 "비자금 수사와 하이닉스 인수는 별개"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검찰 수사의 칼끝이 그룹 오너를 향해 정조준되면서 SK의 하이닉스 인수에 악재로 작용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에 대해 SK의 한 관계자는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과 하이닉스 인수를 연관짓지 말아달라"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갑작스런 압수수색으로 그룹의 리스크가 높아진 만큼 하이닉스 인수 참여 여부를 놓고 막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초 인수주체인 SK텔레콤은 지난달 3ㆍ4분기 실적발표까지만 해도 본입찰 과정을 거쳐 하이닉스를 인수할 경우 정보통신영역에서 중장기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인수에 강한 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 하지만 본입찰 마감을 이틀 앞두고 터져나온 '검찰발' 돌발악재로 하이닉스 인수 자체가 물 건너갈 수도 있는 상황까지 처했다. ◇2009년 효성 악몽 재현되나=본입찰을 앞두고 총수 일가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라는 암초를 만난 SK의 모습은 2009년 돌연 하이닉스 인수 포기를 선언했던 효성과도 여러모로 닮아있다. 당시 효성은 특혜 시비 논란과 총수 일가에 대한 검찰의 비자금 의혹 수사가 겹치면서 하이닉스 인수에서 손을 뗀 바 있다. 효성은 2009년 11월12일 인수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시장가치 극대화와 국가 기간산업 보호라는 목적으로 하이닉스 인수를 시도했지만 세간에서 제기되고 있는 특혜 시비로 공정한 인수 추진이 어렵게 됐다"며 "협상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특혜 시비가 불거지는 상황이라면 매우 안타깝지만 더 이상 협상을 진행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비난여론을 등지고 인수효과도 불분명한 인수전을 추진해 그룹 전체에 타격을 입을 바에야 차라리 인수를 포기하고 신뢰를 되찾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하이닉스 인수전에 뛰어든 후 줄기차게 불거진 특혜 시비와 각종 루머는 인수전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어려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당시 여론은 효성의 하이닉스 인수를 일명 '보아뱀 인수합병(M&A)'이라고 칭하며 효성의 무리한 인수전에 대해 우려했다. 결정적으로 수백억원대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7건에 달하는 오너 일가의 해외부동산 불법 취득설 등이 불거진 뒤 시작된 검찰 수사는 효성의 발목을 잡았다. 그로부터 정확히 2년 만에 또다시 '외풍'에 의해 하이닉스 매각이 불발로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본입찰 마감 직전인 9일 오후 이르면 다음주 중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에 대한 검찰 소환조사가 알려지면서 하이닉스 입찰 참여를 놓고 SK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지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수사가 전방위로 진행되면 사실상 투자와 관련한 경영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본입찰 마감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검찰 수사가 하이닉스 매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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