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통일재원보다 교류협력이 우선


통일 재원 마련을 둘러싼 논란이 곧 본격적으로 불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8월 이명박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새로운 3단계 통일방안과 통일세 논의를 제안해 한국 사회에서 통일 논의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에 통일부는 '통일 준비'를 올해의 핵심적 정책과제로 설정하고 통일 재원 마련과 관련된 대규모 연구용역을 전문가들에게 의뢰, 이 연구결과를 기초로 정부 안을 마련해 연내 입법화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대화 않고 돈만 쌓아놓을 건가 정부의 주장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것이다. 갑작스럽게 통일이 이뤄질 경우 막대한 소요 재원을 한꺼번에 부담하기 어렵고 이는 국가부채 급증, 재정건전성의 급속한 악화 등을 유발해 한국 경제에 재앙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 따라서 막대한 자금을 지금부터 미리 준비해 둬야 한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첫째, 통일이 언제 이뤄질지 확실치 않다. 특히 북한 급변사태가 언제 발생할지, 그리고 북한 급변사태가 일어나더라도 남한 주도의 흡수통일이 당장 실현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둘째, 그렇지 않아도 정부가 돈 쓸 데가 너무 많다. 지금 있는 돈으로도 모자라는데 언제 실현될지도 모를 통일에 대비하기 위한 돈을 미리 쌓아두는 것에 국민이 얼마나 공감할지 의문이다. 셋째, 조성된 기금이 투자나 융자의 형태로 여타 분야에 운용될 가능성이 있는데 통일재원이 긴급하게 필요한 시점에 신속하고 효율적인 회수가 가능할 것인가. 넷째,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내세우는 것은 합의형 통일이다. 그런 정부가 한편으로는 통일을 대비해 돈을 미리 쌓아두고 또 한편으로는 북한에 대화하자고 하면 북한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대화의 진정성이 있다고 볼 것인가. 정부는 통일 재원 마련에 대해 우리의 통일 의지를 국제사회에 보여줄 수 있는 큰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남북대화는 끊어졌고 남북 교류협력은 상당 부분 중단돼 있다. 남북관계가 극도로 경색된 현 상황에서 통일 준비를 내세우며 미리 돈을 쌓아두려고 하는 남한 정부를 국제사회는 어떻게 볼지 우려가 앞선다. 북한의 미래는 북한이 결정한다는, 단순하지만 엄연한 사실을 우리는 종종 잊는다. 북한이 무정부 상태에 돌입한다 해도 국가가 없어지지 않는 한 국제사회가 북한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는 없다. 유엔 평화유지군(PKO) 같은 조직이 북한에 주둔할 수는 있어도 이는 과도기적 상황이다. 북한 주민의 선거에 의해 수립된 정권이 외부의 누구에게 의탁할 것인지, 홀로서기를 할 것인지는 스스로 결정한다. 北 주민 마음 사야 신뢰 커져 남한이 북한과의 통일을 지향한다면 그때를 준비해야 한다. 결국 북한 주민이든, 북한 지도부든 그들의 마음을 사는 것이 남한으로서는 가장 중요한 과제로 제기된다. 남북한의 신뢰가 중요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관계의 유지, 발전이 필수적인 조건이다. 그리고 남북관계에서 당분간 교류협력이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즉 남북 교류협력이야말로 진정한 통일 준비이며 통일에 대한 남한 정부의 의지를 국제사회에 보여주는 유력한 방안이라는 주장도 가능하다. 사회의 민주화는 견해의 다양성을 동반한다. 그래서 특정 정책에 대해 모든 국민의 동의를 얻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면서 국민의 합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통일과 같은 국가의 백년대계는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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