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월가 리포트] 美 재계 '잭 웰치 배우기' 열풍

미국 최대기업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잭 웰치 회장이 오는 7일 이사회 주재를 마지막으로 20년간의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떠난다.20세기 최고의 경영자로 추앙받던 그였기에, 퇴임을 앞두고 미국 재계에서는 '웰치 배우기' 바람이 불고 있다. 그의 후계자인 제프리 이멜트 회장 내정자는 물론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케너드 체놀트, 3M의 제임스 맥너니, 프록터&갬블의 앨런 래플리등 미국의 내로라는 젊은 CEO들이 웰치의 경영방식을 따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미국은 물론 전세계 기업들이 웰치를 고문으로 모셔가겠다고 줄을 서고 있다고 한다. 웰치 회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지난 3월 은퇴를 발표한 이후 자신을 만나보겠다는 경영인들이 많았으나, 그중에서 몇 명을 선별해서 만났다고 실토했다. 당대의 고수는 아무에게나 한수 가르쳐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65세의 웰치 회장은 이번주말에 은퇴한후 경영에 일절 간여하지 않고, 뒤에서 후배들이 잘 되도록 도와주겠다고 말한다. 경영인 웰치는 미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한국에도 그의 경영방식에 관한 서적이 여러권 출간됐다. 그의 경영인생을 담은 자서전은 오는 11일 출간될 예정이다. 웰치 회장이 전세계 경영인으로부터 본보기가 되고 있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그는 '세계에서 1등과 2등이 아니면 퇴출한다'는 1등 주의 철학을 20년 동안 일관되게 지켰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을 과감하게 분사(Spin-off)하고, 빈둥거리는 사무직 요원을 대폭 잘라냈다. 얼마나 과단성 있게 사람과 조직을 잘랐던지 그에게 '중성자탄'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그리고 그는 모든 사업부문과 임직원이 창의력을 갖도록 권장했다. 자신이 일하는 자리에서 창조가 나와야 한다는게 웰치의 주장이었고, 지난 20년간 GE의 경영철학이었다. 웰치는 스스로를 정원(회사)에 물과 비료를 주고, 때로는 잡초를 뽑아내는 역할을 하는 정원사에 비유했다. 이 덕분에 GE는 연평균 25%의 주가 이득을 남겨, 주주들에게 돌려줬다. 20년전 8위였던 GE는 세계 1위 회사로 올라섰다. 웰치도 많은 실수를 했고, 많은 적을 남겼다. GE 캐피털에 너무 비중을 두는게 아니냐는 사내 반론도 있고, 여성과 흑인 경영인 비율이 낮다는 인권단체의 비난을 사고 있다. 게다가 몇 달전 하니웰과의 인수가 유럽의 반대로 좌절된 경험도 있다. 그렇지만 웰치의 경영철학은 미국 학계의 연구 대상이 되고 있고, 유명 경제학자들로부터 극찬에 가까운 찬사를 받고 있다. GE도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문어발식 경영을 했다. 항공기 엔진에서 전구ㆍ의료기기ㆍ가전제품ㆍ방송에 이르기까지 사업 다각화로 성공한 기업이다. 한국의 재벌 기업들이 사업 다각화에 대한 공격을 받을때는 곧잘 GE의 예를 들고 있다. 그렇지만 GE의 웰치 경영을 배우고, 연구한 재벌 기업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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