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CEO 희망을 말하다] 김연중 윌로펌프 대표

"기술력 자신… 獨본사도 인정했죠"<br>매년 자체 개발 신제품 출시, 해외법인 70여곳에 '역수출' <br>스피드경영으로 한단계 도약… 2015년 매출 2500억 목표


독일에 본사를 둔 한국 법인이면서도 본사 못지않은 자체 R&D 센터를 갖춘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매년 꾸준히 자체 개발한 신제품을 내놓을 뿐 아니라 오히려 본사로부터 품질을 인정받아 세계 70여곳에 이르는 해외 법인에 제품을 '역수출'하는 성과까지 거둬 주변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 주인공은 독일 윌로기업의 국내 법인 윌로펌프다. 김연중(사진ㆍ55) 윌로펌프 대표는 "윌로기업의 현지 법인 가운데 생산기지와 R&D센터를 보유한 곳은 11개국 뿐"이라며 "이 중 윌로펌프의 R&D센터 규모는 독일과 프랑스에 이어 한국이 세번째로, 기술력 면에서는 본사와 같은 레벨로 올라섰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윌로펌프의 주력 상품인 생활용 펌프의 경우 판매 제품 중 거의 대부분이 국내에서 자체 개발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은 윌로그룹의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수출되는데, 지난해 유럽 지역에 수출된 이 회사의 제품 모델 수만 5만6,000여개에 이른다. 덕분에 해외에서 윌로펌프가 거둔 매출은 지난해 200억원 수준이다. 이 기간 총 매출이 1,460억원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비중인 셈이다. 펌프 업계에서 140년 전통을 가진 독일 본사에서도 인정할 만큼 윌로펌프의 R&D력이 강화된 것은 '제대로 된 R&D 없이는 시장 트렌드를 제대로 따라잡을 수 없다'는 김 대표의 생각 덕에 가능했다. 그는 "2000년대 후반만 해도 R&D 센터의 주요 기능은 본사 제품의 조립과 제조에만 그쳤었다"며 "인력을 이전보다 50% 늘리고 개발에 필요한 레이저 장비도 확충하는 등 센터의 역량 강화를 위해 기울인 노력이 최근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신제품 설명회를 통해 선보였던 국내 최초의 전자 제어방식 소형 가압용 펌프에도 그간 쌓아온 윌로펌프의 기술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김 대표는 "최초 콘셉트 개발부터 설계, 생산까지 모두 국내 R&D센터에서 진행됐다"며 "이미 그룹과 해외 법인으로의 수출 논의도 끝낸 상태"라고 전했다. 이처럼 현재 윌로펌프는 그룹 내 세계 법인 가운데에서도 한 손에 꼽힐 만큼 높은 위상을 자랑하고 있지만, 김 대표가 부임했던 2007년만 해도 회사의 상황은 말 그대로 '위기'였다. 당시에 대해 김 대표는 "제품 개발 침체와 매출 감소 등의 악재가 이어지며 당시 직원들도 패배주의에 젖어있었다"며 "외국인이었던 전임 CEO와 직원들과의 소통이 어려워 문제 해결도 잘 이뤄지지 않았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력과 자동화 부품 전문업체인 스위스 ABB사의 한국 지사인 ABB코리아의 대표를 역임하며 쌓아온 그만의 노하우는 이때부터 빛을 발했다. 특히 시장 트렌드에 기민하게 반응하기 위해 김 대표가 추진한 '스피드 경영'은 당시의 위기를 넘어 윌로펌프가 지금의 성취를 이뤄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 이 회사의 자금회전주기는 최장 12일, 짧게는 9일에 불과하다. 본사인 윌로그룹이 80일을 목표치로 잡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1/9 수준인 것. 김 대표는 "생산과 유통 프로세스를 철저히 표준화해 전체 재고를 최소화하고 생산과 동시에 매출이 발생하는 유기적인 체계를 구축했다"며 "덕분에 경영 효율화 뿐 아니라 협력업체와의'윈윈(WIN-WIN)'관계도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이점 덕에 현재 윌로펌프의 스피디 경영은 그룹 본사에서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을 정도다. 윌로펌프의 미래 먹을거리를 찾기 위해 현재 김 대표는 에너지 절감 시스템(Intelligent Energy Management, IEM)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김 대표는 "기존 공장이나 오래된 빌딩 등에 대한 에너지 진단을 통해 전력 효율을 늘릴 수 있는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해주는 것이 IEM"이라고 설명했다. 탁월한 R&D력으로 친환경·고효율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윌로펌프에게는 가장 적합한 '신시장'인 셈이다. 그는 "윌로펌프의 고효율 제품을 앞세워 IEM 시장에서의 제품 공급량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업용 펌프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도 그의 관심거리다. 김 대표는 "공장 등의 시설에 들어가는 산업용 펌프는 해당 공정의 성격과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해 다품종 소량생산에 주력해야 하는 철저한 '맞춤형' 제품"이라며 "그만큼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지만 앞으로 시장성은 더 크다"고 말했다. 내년 완공을 목표로 오는 10월 착공하는 부산 미음부품소재기업 전용공단 내의 신공장도 대형 산업용 펌프 공정을 중심으로 설계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신공장은 기존 김해공장의 2배인 연 200만대 생산이 가능한 규모로 지어질 것"이라며 "특히 산업용 제품의 생산능력을 늘리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현재 빌딩용과 생활용(60%)에 비해 매우 낮은 10% 수준의 산업용 펌프 시장점유율을 2015년까지 3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김 대표는 "끝없는 기술 개발과 신제품 출시로 윌로펌프는 최근 국내 건설경기 침체에도 매년 10%대의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왔다"며 "올해 연매출 1,700억원 달성에 이어 오는 2015년에는 2,500억원의 매출을 이룰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내 빌딩 급수·생활용 펌프 업계 1위

■ 윌로펌프는? 1872년 설립된 펌프 전문기업인 독일 윌로그룹(WILO SE)의 한국법인으로, 현재 국내 빌딩 급수용과 생활용 펌프 시장에서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00년 LG전자와 윌로그룹의 합작법인(윌로 LG 펌프)으로 출발했지만 이후 2004년 LG 지분을 모두 정리하며 단독 브랜드로 출범했다. 현재 윌로펌프는 윌로그룹이 운영하는 전세계 70여개국의 현지법인 가운데 자체 생산량과 매출면에서 3위를 기록할 정도로 뛰어난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인천국제공항과 아셈타워, 상암 월드컵 경기장과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 뿐 아니라 포스코 포항공장과 LG 필립스 LCD 파주공장까지 주요 상업 및 공업시설 내 펌프 시공을 담당하며 그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밖에 카타르 내 '라스라판(Ras Laffan) 산업단지'의 발전 플랜트 공사에 오배수 펌프를 제공하고 인도네시아와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에도 제품을 납품하는 등 세계 시장에서도 두각을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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