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연루 의혹이 있는 법관은 대기발령을 받아 재판업무에서 완전히 퇴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대법원은 20일 “징계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비위 혐의가 있는 법관을 재판업무에서 완전 배제하기 위해 직무정지 후 대기발령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 법원조직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구상은 미국 등 선진국의 사법제도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잇따라 불거지고 있는 법관들의 부조리를 근절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법이 개정되면 대법원은 비위 혐의가 있는 법관을 편법으로 전보 조치하거나 사표를 받는 관행에서 벗어나 법에 따라 대기발령을 낸 후 소정의 절차를 받아 징계조치를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대기발령 시점과 기간, 그리고 대기발령 중 임금 등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한 개정안을 마련, 법무부에 개정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사표를 제출하려던 법관이 징계조치를 받은 후 입장을 바꿔 사표를 내지 않고 버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사표를 미리 제출받았다 징계 후 수리하는 것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또 비위 혐의로 징계를 받은 법관의 변호사 개업을 제한하기 위해 대한변호사협회 등 해당 기관의 요청이 있을 때는 비위 사실을 모두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비위 혐의가 있는 법관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판사 신분은 유지하도록 하되 일체의 재판업무에 관여할 수 없도록 대기발령을 내고 있으며 일본도 징계절차를 앞둔 판사에게는 민ㆍ형사 사건을 일절 배당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비위 혐의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재판업무에서 배제하지 않고 정기인사 때 전보시키는 조치를 취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