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일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출범 이후 지금까지 달러화 대비 엔화가치가 30% 가까이 떨어지고 수출도 호조를 보여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한국은 경제대국들의 환율전쟁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26일 블룸버그와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환율전쟁에서 최대 승자로 꼽히는 국가는 단연 ‘아베노믹스’의 일본이다. 아베 정권이 집권한 2013년 이후 지금까지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29.2% 급락했다. 이에 따라 일본의 연간 수출도 아베 집권 전인 2012년 63조7,476억 엔에서 2014년 73조930억 엔(약 660조원)으로 2년간 14.7% 급증했다. 수출은 올해 1분기에도 전년동기대비 9.1% 증가했다. 물론 이는 환차익에 따른 엔화 기준 수출액 증가여서 실제 수출 물량이 이만큼 늘어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 2년여간 수출 이익 급증으로 기초체력이 강해진 일본 기업들은 연구개발(R&D) 확대와 가격 인하 등을 통해 점차 수출 물량 및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일본 최대기업 도요타의 경우 2014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 영업이익은 2조7,505억 엔으로 전년보다 20.0% 불어나 2년 연속 최고 기록을 세웠다.
2010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경기후퇴로 고전하던 유로존도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의 대규모 양적완화에 힘입어 환율전쟁의 강자로 떠올랐다.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작년 하반기 이후 지금까지 19.3% 떨어졌다. 그 결과 유럽통계청(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유로존의 유로화 기준 수출은 지난해 하반기에 전년 동기보다 3.6% 늘어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4.8% 증가했다.
이 같은 일본과 유로존의 수출 호조는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0.6%로 1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내 지난해 4월 소비세 인상의 후유증을 점차 털어내는 모습이다. 유로존도 1분기 성장률이 0.4%(전분기 대비)로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원화의 상대적 강세가 지속되면서 수출에 점차 제동이 걸리는 양상이다. 엔화 대비 원화 가치는 2013년 이후 지금까지 무려 36.0% 뛰어올랐으며, 유로화 대비 원화 가치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금까지 14.7% 급등했다.
우리나라의 수출은 올해 1∼4월에 전년동기대비 4.3% 줄어든 가운데 감소율이 1월 0.9%, 2월 3.3%, 3월 4.3%, 4월 8.1%로 갈수록 높아지면서 수출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수출 부진에는 양대 수출 시장인 중국·미국의 경기 둔화와 중국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같은 구조적 요인 등이 깔려 있다. 하지만 원화의 상대적 강세 또한 수출의 발목을 잡는 주요 원인임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정하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