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기침체에 한보 부도사태 “설상가상”/설 대목 “실종”

◎재래시장·백화점 매출 부진/상인들 체감 더욱 냉랭/“사상최악” 울상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10여일 앞두고 경기침체에 한보 부도사태까지 겹쳐 백화점·재래시장의 설대목이 실종되고 있다. 이처럼 썰렁한 설경기는 경기불황으로 인한 기업들의 경비절감과 감원으로 서민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지면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데 따른 것이다. 주말인 26일 국내최대의 재래시장인 남대문시장은 지난해 이맘때는 물건을 고르는 사람과 길목마다 쌓아둔 상품들로 발디딜 틈도 없이 북적거렸으나 올해는 텅 비어있다. 예년의 경우 설을 앞두고 지방에서 의류 등 대목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찾아드는 중소매상인들의 수가 하루 평균 4천여명선에 이르렀으나 최근에는 30%정도밖에 되지 않아 입주상인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일반손님들도 주말에는 30만∼40만명씩 몰려 들었으나 요즘은 10만명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상인들이 몸으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욱 냉랭하다. B아동복상가의 상인 김모씨는 『이곳에서 장사를 20여년동안 하고 있는데 설대목에 올해처럼 장사가 안되기는 처음이다. 매상이 지난해의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물건을 사기는 커녕 고르는 사람조차 없어 초저녁에 문닫는 날이 많다』고 하소연 했다. 4백여개 의류상점이 있는 광장시장 제품상가의 경우 지난해에는 설을 앞두고 빈점포가 하나도 없었으나 지금은 빈점포가 20∼30여개나 된다. 광장시장주식회사의 조창남차장은 『설 경기가 사상최악이다. 시장의 상인들은 장사가 안되는 바람에 경비라도 아끼려고 가게문을 닫고 집에서 쉴 정도다. 지방에서 올라와 물건을 떼 가는 상인들의 발걸음도 뚝 끊겼다』고 말했다. 백화점도 형편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백화점은 설특수를 겨냥해 이달 중순부터 선물사전예약판매제를 포함한 여러행사를 준비하고 있으나 장기화되고 있는 불경기와 최근 파업사태와 부도사태에 따른 구매심리 위축 등으로 매출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지난 연말과 올첫바겐세일실적이 부진했던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주요백화점들은 설대목을 노려 28일부터 설선물대잔치행사를 열고 매상을 지난해보다 10∼15% 늘려잡고 있지만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또 기업체들의 선물수요가 격감하면서 백화점마다 1백50억∼2백50억원가량이던 선물판매액은 지난해의 절반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롯데백화점 손민석대리는 『지난연말 장사가 안돼 이번설에는 기대를 걸고 있지만 워낙 경기가 나빠 장담할 수 없다. 예년에 비해 신장률을 대폭 낮춰 잡았지만 목표치를 달성할지 자신이 없다. 상품권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5만∼10만원대의 저가품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업계관계자는 『유명백화점들마다 예상매출액을 늘려잡고 있지만 자신들의 이미지를 고려해 허풍을 떠는 것이다. 아무리 장사를 잘해도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선물수요가 줄어들면서 주로 선물을 가정에 배달하고 있는 택배업체들도 물량이 20∼30%가량 줄어들어 몸살을 앓고있다.<연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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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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