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노대통령 '8.15 경축사' 내용과 의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제59주년 광복절 경축사는 친일행위를 비롯한 과거사 문제의 포괄적 해결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단순한 과거사 규명이 아니라 과거사 정리를 통해 국민적 화합과 통합을 이끌어 내고, 나아가 과거처럼 변방의 역사에 머물지 않고 세계 역사의 한 축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있다는 지적이다. 노 대통령은 이를 위해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국민의 강한 자신감 회복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경축사에서 국가 도약을 위한 미래지향적 과제 제시에 주력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이해된다. 당초 경축사에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총리의 야스쿠니(精國) 신사 참배 등 민감한 외교현안에 대한 입장표명 가능성도 점쳐졌으나, 이는 제외됐다. 이병완(李炳浣) 홍보수석 등 핵심참모진들이 "민감한 외교현안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는 것은 소망스럽지 않다"는 건의를 했고, 노 대통령이 이를 수용했다는후문이다. 대신 노 대통령은 ▲반민족 친일행위 및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침해와 불법행위 진상규명 ▲내부 자신감 회복 등을 주된 메시지로, 내부 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에 대한 해법과 비전을 제시하는데 역점을 뒀다. 이는 `대한민국호(號) 가 경제적 성취와 민주주의 발전을 토대로 보다 나은 미래로 전진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를 양분해온 각종 갈등과 장애가 근원적으로 치유돼야 한다는 판단이 전제된 것이다. 특히 노 대통령이 "우리의 꿈과 의지가 내일의 역사를 만든다"고 강조한 것은 과거사 규명과 자신감 회복을 통한 국민통합 및 국가발전 구상을 제시한 셈이다. 노 대통령은 먼저 "친일과 항일, 좌우 대립, 독재와 민주세력간에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대결의 시대가 오랫동안 계속됐다"며 "특히 독재정권이 정략적인 목적으로 지역을 가르고 차별과 배제를 되풀이하면서 갈등과 불신이 더욱 깊어졌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분열과 반목도 굴절된 역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제 이 분열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언급하며 포괄적인 과거사 진상규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노 대통령은 국회내 진상규명특별위원회 설치 제의와 함께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고백할 일이 있는 국가기관은 자발적으로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점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해당 국가기관으로는 국정원과 국방, 행자, 법무부와 경찰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제안에 대해 `과거 들춰내기'에 불과하며 향후 또다른 분열과 갈등을 낳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음을 감안, "밝힐 것은 밝히고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그 토대 위에서 용서하고 화해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길"이라고 설득하고 있다. 앞서 노 대통령은 지난달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보고에서 "지난 역사에서 쟁점이 됐던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국가적 사업이 필요하다"며 "국회에서 이 부분에 대해 방향을 잘 잡아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과거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의 역할을 강조했었다. 노 대통령은 또한 최근 경제상황을 둘러싼 시장.반(反)시장, 회복.위기 등 각종경제 논란과 함께 주한미군 문제와 자주국방 등에 따른 안보 논란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과제임을 역설했다. 현재 경기전망을 놓고 각계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대해 노 대통령은 "당장 피부로 느끼는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걱정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지나친 비판과 불안감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노 대통령은 한국 경제의 역량을 평가하면서 "연초부터 지속해온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활성화, 민생회복 노력도 머지않아 효과를 나타내게 될 것"이라며 역량에 걸맞은 자신감을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한미동맹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반미감정에 지나치게 치우친 극단적 시각에 대해서도 각각 "우리의 역사와 영토를 지킬만한 충분한 힘이 있다", "외세 결정론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우리 안보의 `현주소'를 알리는데 힘을 기울였다. 노 대통령은 이와 함께 국가발전을 발목잡는 요소로 지역구도 정치를 적시하면서 수도권과 지방간의 불균형 등을 지역구도 극복을 위한 정치권의 결단과 함께 신행정수도 건설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노 대통령이 북핵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한 북한당국의 결단을 촉구한것도 `대한민국호'의 건설적이고 발전적인 미래를 향한 디딤돌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현에 다름아니다. 노 대통령은 또 "통일이 되는 그날까지 전쟁의 위험을 없애고 남북교류와 협력을 확대하는 일은 한시도 멈출 수 없다"고 강조, 역사적인 6.15 남북공동선언의 정신을 하나하나 착실히 실천해 나갈 것임을 재확인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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