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한국계 입양아, 프랑스 상원의원 되다

장-뱅상 플라세 일드프랑스 지방의원<br>녹색당 2인자인 사무부총장도 겸임


36년 전 한국에서 프랑스로 입양된 장-뱅상 플라세(Jean-Vincent Placéㆍ43ㆍ사진) 일드프랑스 지방의회 교통담당 부의장이 프랑스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프랑스 녹색당 사무부총장을 겸하고 있는 플라세(한국 이름 권오복)는 수도권인 일드프랑스의 에손 지역 녹색당 후보로 출마, 25일(현지시간) 실시된 상원의원 선거에서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한국계로는 처음이며 임기는 내달 1일부터 6년이다. 그는 “녹색당 후보 10명이 상원에 진출하는 등 좌파가 전국적으로 선전해 많은 의석을 확보한 데 대해 크게 만족한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플라세는 기독교 계통 고아원에서 자라다 만 7세 때(1975년) 프랑스로 입양됐다. 3남1녀를 둔 노르망디 지역 변호사이자 우익(드골파)인 양아버지와 그를 키우는데 전념하기 위해 교사직을 포기한 어머니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서 행복한 성장기를 보냈다. 양부모는 그가 한국말을 잊어버리자 잠시 한국인 보모를 들이기도 했다. 어린 시절부터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같은 역사적 인물들에게 관심이 많았던 그는 학창 시절 교사의 강의 내용 중 틀린 점에 대해 지적할 정도로 역사 지식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플라세는 지난해 일간지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입양 전 한국에 대한 기억은 고아원에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공동 침실에서 잠자고 찬물에 세수하던 장면뿐”이라며 “프랑스로 왔을 때 가져온 짐은 옷 몇벌이 든 트렁크 하나와 성경책 한 권이 전부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가톨릭 우파 성향의 가족 분위기에서 자랐지만 대학 학생조합을 이끌며 지역 좌파 정치인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 졸업 후 잠시 민간기업 회계감사로 일하다 1993년부터 8년간 좌파계열 하원의원 보좌관 생활을 했다. 그러다 2001년 급진좌파를 탈당한 뒤 녹색당에 합류, 단기간에 2인자 자리에 올랐다. 프랑스 68혁명의 주역이자 녹색당 창설자인 다니엘 콩방디와 함께 2009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녹색당의 대약진(정당 지지율 16%)을 이끌어냈다. 상원의원 선거전이 한창이던 이달 초 플라세의 당선이 유력해지자 집권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의 한 중진 의원이 그를 ‘우리 한국인’이라고 부르며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플라세는 곧바로 트위터 등을 통해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주의가 있는 저속한 발언”이라고 비난한 뒤 “나는 입양 2년만에 귀화하고 프랑스에서 모든 학업과 사회생활을 한 온전한 프랑스인으로 나를 입양해준 조국을 사랑한다.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지도 않다”고 밝혔다. 프랑스 상원은 하원과 함께 법률안 수정ㆍ제정과 조약 심의, 정부감독 기능을 수행하며 하원과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하원이 최종 결정권을 행사한다. 3년마다 의석 절반이 교체된다. 한편 이날 프랑스 상원의원 선거는 해외령을 포함해 44개 도(道·데파르트망)에서 간접선거로 실시돼 총 348명의 상원의원 중 170명을 새로 선출했다. 특히 사회당과 녹색당, 공산당이 연합한 좌파는 내년 대선을 7개월 가량 앞두고 실시된 이날 선거에서 사상 처음으로 상원의 과반 의석을 차지, 재선을 노리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일격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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