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지표는 좋아졌지만 하반기 '먹구름' 여전

민간소비 5분기 연속 감소<br>재정 조기집행이 소비주도…민간소비 회복기미 안보여<br>고유가 지속 소비 악영향…수출증가세도 주춤할듯

올 2ㆍ4분기 경제성장률 5.5%는 한국개발연구원(KDI)ㆍ재정경제부가 당초 전망했던 5.7%보다는 낮지만 한국은행의 자체 전망치(5.4%)보다는 소폭 오른 것으로 지난 2002년 4ㆍ4분기의 7.5%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반가운 소식은 지난해 2ㆍ4분기 이후 지속돼온 내수의 감소추세가 멈추고 소폭이나마 플러스로 반전됐다는 내용이다. 소비지출은 0.2% 증가해 5분기 만에 추락세가 멈췄고 설비투자는 6.2%나 늘었다. 지난 4분기 동안 내수는 최종수요에 대한 성장기여율 측면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해 성장을 갉아먹는 역할을 해왔지만 이번 분기에는 14.6%로 올라 다소나마 경제성장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같은 낙관적인 지표들에도 불구, 향후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깊다. 지표의 속을 살펴보면 그다지 고무될 만한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우선 감소세를 멈췄다는 소비지출은 정부의 지출확대의 따른 것으로 민간소비는 여전히 5분기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민간소비의 경우 2ㆍ4분기(-0.7%)에 전 분기(-1.4%)보다는 그 폭이 줄었지만 여전히 전년동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반면 정부지출은 전년동기보다 4.3%나 늘었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소비가 증가세로 반전됐다고는 하지만 이는 민간소비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예산 조기집행 등으로 정부지출이 늘어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부는 올 상반기에 연간 계획의 55%인 87조5,172억원의 재정을 풀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4조2,166억원이 많은 것으로 사상 최고치다. 그중 상당수가 2ㆍ4분기에 실행돼 소비지출지표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상반기에 이미 절반 이상의 재정을 집행한 만큼 하반기에는 추경을 감안한다고 해도 정부지출 확대에 따른 소비지출 증가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민간소비의 하반기 전망 역시 불투명하다. 7~8월 폭염에 따른 에어컨 등 가전수요 증가와 이달의 올림픽 특수로 인한 소비지출 확대효과가 예상되지만 그 정도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반면 최근 폭등세를 이어가고 있는 유가가 소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변기석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국장은 “아직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특히 하반기 들어 유가가 크게 오르고 있어 소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곧 있으면 석유수요의 성수기인 겨울이 다가오는데다 최근 고유가가 일시 수급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유가는 하반기 내내 고공행진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지난 분기 비교적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 설비투자 역시 비교 기준시점인 지난해 2ㆍ4분기에 설비투자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 따른 기술적 효과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신 연구위원은 “지난해 2ㆍ4분기부터 설비투자가 감소세에 접어들어 올해 2ㆍ4분기 지표가 상대적으로 좋게 나왔다”며 “특히 지난해 3ㆍ4분기 설비투자는 -5.0%를 기록, 올해 3ㆍ4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이 확대될 수는 있지만 이는 실질적인 투자증가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 전무는 “설비투자가 6% 증가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설비투자는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불과해 비중이 50%에 육박하는 소비가 살아나야 내수가 한국경제를 가속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올 상반기까지 GDP 성장을 견인해온 수출은 하반기 들어 증가세가 주춤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9월부터 수출 증가율이 크게 높아져 기준수치가 워낙 높은데다 하반기 들어 반도체 등 IT 제품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는 등 이미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상태다. 정 전무는 “우리 경제는 올 상반기 수출 증가세로 5% 이상의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대외여건 악화 등으로 하반기에는 30%가 넘는 수출 증가율이 유지되기 어렵다”며 하반기 성장둔화를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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