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외교 일지와 北의 실종?

우리나라 외교 일지에 '북한 관계'가 사라졌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부터다. 사정은 이렇다. 외교통상부는 한 해 동안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벌어진 주요 외교사안이나 정부 외교정책, 국내ㆍ외 정세 분석 등을 담은 '외교백서'를 지난 1990년부터 발간하고 있다. 이 백서는 부록을 통해 한 해 동안 국내ㆍ외에서 벌어진 외교 일정을 '주요 국제 관계 일지'를 통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이 일지를 통해 한 해 동안 외교적으로 언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셈이다. 2008년 외교백서까지 주요 국제 관계 일지는 '한국 관계', '북한 관계', '국제 관계' 등 세 가지 파트로 나눠 정리를 해왔다. 외교백서가 발간 전년도 벌어진 외교 이슈를 담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2007년까지 북한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외교적 사안은 우리의 관심 분야였던 셈이다. 하지만 2009년 외교백서, 그러니까 2008년의 외교 이슈를 담은 백서부터 '북한 관계'는 주요 국제 관계 일지에서 사라졌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부터 우리나라 외교 일지에 '북한 관계'를 기술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외교백서는 한 나라가 당해 벌어졌던 각종 외교 사안들을 정리함으로써 일반 국민이나 학계 등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소중한 사료(史料)다. 더욱이 이 백서는 특정 외교 이슈에 대한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을 해외에 공개적으로 밝히는 자료이기도 하다. 일본이 방위 백서를 통해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주장을 국가 공식 입장으로 공표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결국 2008년 이후 외교백서 일지에 '북한 관계'가 사라진 것은 북한을 둘러싸고 벌어진 주요 외교 이슈를 우리의 주요 외교 사안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국내ㆍ외적으로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단순한 실무적 실수인지 의도적 배제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외교통상부에 해당 내용을 문의해봤지만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정이야 어쨌든 외교 일지에서의 북한 제외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으르렁거리기만 했던 남북 관계를 대변해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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