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단일경제권 '파열음' 고조
적대적 M&A싸고 "국수주의" "시장원리" 대결佛, 伊 기업인수 막으려 국·민영기업 합병…스페인선 獨 견제위해 규제 강화
송영규 기자 skong@sed.co.kr
프랑스 정부는 이탈리아 기업의 적대적 M&A 타깃이 된 에너지업체 수에즈를 지키기 위해 국영에너지 기업인 GDF와의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총리가 25일(현지시간) 파리 마니뇽 총리관저에서 합병계획을 밝히고 있다./파리=AFP연합뉴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기업 적대적 인수합병(M&A) 문제를 놓고 ‘국수주의 진영’과 ‘시장원리 진영’으로 갈려 대립하고 있다.
마치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에서 2개의 세력이 충돌하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이번에는 프랑스ㆍ스페인의 국수주의 움직임에 대해 이탈리아ㆍ독일이 반발하면서 EU통합 경제의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경제 국수주의 vs 시장주의 ‘맞대결’
프랑스 정부는 26일(현지시간) 국영에너지기업인 프랑스가스(GDF)와 민간업체인 수에즈사의 합병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이탈리아의 에너지기업인 에넬이 수에즈에 대한 적대적 인수 시도를 막으려는 목적에서 시도된 것이다.
스페인도 독일 E.ON의 자국 에너지 기업 엔데사에 대한 인수를 막기 위해 외국기업의 자국내 기업에 대한 M&A 규제강화를 발표했다.
호세 몬틸라 산업장관은 “이번 조치는 독일의 E.ON에 선택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말해 E.ON을 겨냥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폴란드 정부도 최근 자국내 2ㆍ3위 은행인 페카오와 BPH에 대한 이탈리아 은행 유니크레디트의 인수 시도를 막기 위해 국영은행인 PKO BP를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국수주의적 움직임에 대해 이탈리아ㆍ독일이 반발하고 있다.
클라디오 스카졸라 이탈리아 산업장관은 26일 안사(ANSA)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신보호주의가 유럽의 경제적 정치적 미래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며 “이는 이것은 소비자의 권리와 기업발전 가능성을 위협한다”고 비난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 역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에게 프랑스 정부의 중립을 요구했다.
독일도 최근 스페인의 E.ON에 대한 규제가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유럽위원회에 제소할 뜻을 분명히 밝혔다.
◇EU경제 파열음 고조
M&A를 둘러싼 갈등이 EU경제를 이끄는 핵심국가간 갈등으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의 경우 프랑스와 경제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울리오 트레몬티 이탈리아 경제장관은 “아무도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전쟁은 일어났다”며 “만약 보호주의 장벽이 걷히지 않는다면 유럽은 1차 세계대전 직전 때와 같은 국수주의 도미노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유럽위원회(EC)는 이날 “E.ON의 권리를 제한하려는 스페인 정부의 움직임은 위법”이라며 시장원리를 지킬 것을 요구했다.
EC 시장위원인 찰리 멕크리비는 “나는 시장개방과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장기적으로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을 확신한다”며 “보호주의가 확산되면 또다른 문제를 야기할 것이며 사태는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대립이 쉽사리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실제 프랑스와 스페인은 EC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자국 기업의 경영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
EC 경제전문가는 “경제 국수주의는 이전에 비해 더욱 강화되고 있다”며 “이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전략산업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6/02/27 1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