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貨 내년엔 더 떨어질듯
日경제회복주춤·美'강한달러'정책 영향
연말 약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 엔화 가치가 내년에는 한층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제가 회복궤도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외부 변수도 악재로 작용, 내년 상반기중 엔화가 달러당 120엔대로 내려앉을 것이란 전망마저 제기되는 실정이다.
미 경제전문 CNNfn방송은 11일 외환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2000년이 유로화 폭락으로 점철된 한 해였다면 2001년에는 엔저가 새로운 추세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엔화를 떨어뜨릴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은 불안정한 일본 경제다. 경기 자율회복의 관건인 민간부문이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는데다, 미국과 아시아의 경기 둔화로 그나마 민간 경기를 주도해 온 대기업의 수출이 타격을 입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수석 경제학자인 칼 와인버그는 "일본이 또다시 어두운 침체로 빠져들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강한 달러'정책도 엔화를 한층 끌어내릴 전망이다. 차기 대통령 당선이 유력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의 경제자문인 로렌스 린지 전 연방준비은행 이사는 최근 미국이 일본에 대해 보다 우호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 부시가 당선될 경우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인위적으로 엔화를 끌어올리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이 무역에서 벌어들인 주머니돈이 미국 펀드로 유입되면 어차피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상쇄될 것이기 때문에 일본에 대한 무역적자 확대에 개의치 않겠다는 것이다. 포린 익스체인지 어낼러틱스의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길모어는 "달러화의 리스크 억제는 일본 투자가들을 미국 자산으로 끌어들이는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혼탁한 일본 정국도 엔화 매도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정세가 변하지 않는다면 일본 경제환경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의 한 경제 소식지 발행인은 "자민당이 집권하는 한 엔 약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볼 정도다.
이밖에 지난 10일 발표된 모건스태리 인터내셔널 캐피털(MSCI)지수의 산정방식 변경 소식도 엔화 절하를 불러일으킬 악재로 지목된다. 이번 기준 변경은 정부 지분이나 계열사간 상호 보유지분이 높은 일본의 증시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되는데, 투자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기 위해선 엔화 매도가 폭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외환전문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길모어는 "엔화가 현재 달러당 111엔 수준에서 내년 1ㆍ4분기 말쯤에는 달러당 125엔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신경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