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경기침체와 여성의 일자리

정 숙 경 <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사회학 박사>

현대사회에서 일자리는 기본인권과도 같다. 요즘처럼 경기침체가 심각하게 체감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일자리는 생계를 유지시켜줄 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를 통해 개인의 사회적 존재를 확인시켜주며 이를 통해 그의 능력이나 존재가치 정도를 증명하기 때문에 자신의 존재만큼이나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제기되는 상황에서도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대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으며 때로는 절망스럽기까지 하다. 심지어 일자리에 대한 비관의식은 경기침체와 함께 사회 저변에까지 만연해 있다. 정부나 여당의 일자리마련특별위원회 설치 등 일련의 노력이 추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족할 만한 정도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이 부재한 실정이어서 ‘이대로 가다가 큰일 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사회적 위기감마저 든다. 일자리 창출이 부진한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다. 새로운 사회로의 ‘구조적 전환’과 이로부터 파생되는 새로운 수요를 간과하는 한편 일자리 창출 정책이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사회적 일자리’ 창출에 역점을 두기 때문에 근본적인 일자리 부족이 악순환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정보화 확산과 함께 급변하고 있다. 정보화는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의 구조적 변화라는 측면에서 근본적인 구조변동을 수반하며 다양한 분야의 전자화 및 전자적 정보능력을 필요로 한다. 때문에 직업범주의 기본토대는 ‘산업노동에서 지식정보 노동으로 대체’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일자리의 수요는 기존의 직업범주 주변에 포함되는 사회적 일자리보다는 지식정보 사회에서 새롭게 요구되는 직업범주에서 이뤄진다. 때문에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새로운 직업범주를 대량 발굴해 이를 안정적인 직업으로 제도화시켜야 한다. 그런데 현재로서는 이에 대한 근본적인 모색과 정책적 대안이 부재한 실정이다. 이와 같은 현실과 정책대안의 부재로부터 오는 취약성은 여성의 일자리 창출에서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모직업회사에 따르면 최근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주부의 구직활동이 81.2%나 증가했다고 한다. 경제활동 의지가 강한 20~30대의 증가추세가 각각 38.2%, 56.7%에 그친 반면 주부는 81.2%라는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는 여성의 경우 일자리에 대한 욕구는 높은 반면 일자리 공급은 매우 취약함을 의미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성의 일자리는 대부분이 가사노동 성격이 강한 비숙련 서비스 노동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성장과 함께 여성의 경제활동 비율과 사회참여가 크게 확대되면서 전문직에 진출하는 비율도 지속적으로 증가해왔지만 그럼에도 여성의 일자리는 여전히 제빵제과사ㆍ요리사ㆍ출산도우미ㆍ사회복지사 등 주변부적인 일자리에 치중돼 있다. 사회적 일자리마저도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실정을 감안할 때 여성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새로운 사회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반영하는 일자리 수요와 공급의 측면에서 근본적인 재고와 정책마련이 시급하다. 이런 맥락에서 몇 가지를 제언하자면 첫째, 일자리 창출이 주로 기업의 고용확대에 의존해왔지만 이제 사회구조적 패러다임 전환을 고려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을 마련해 정부가 적극적인 정책적 개입을 해야 한다. 둘째, 정부의 정책적 개입은 30% 할당제의 소극적 방식에서 진일보해 차세대 성장산업 분야인 정보기술(IT), 문화, 관광, 동북아 국제 금융 및 국제 비즈니스 등 각 분야에서 필요로 할 수 있도록 전문능력을 육성하고 노동의 전문화 를 이루는 등 적극적인 방식으로 변해야 한다. 셋째, 우수한 여성인력이 효과적이고 생산적으로 육성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전문화로 수요공급의 조절이 가능한 여성 전문인력 양성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넷째, 여성의 사회적 일자리에 대한 제도적인 개선과 함께 육아 등 여성의 구직활동을 저해하는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다섯째, 여성이 처한 사회적 상황이 매우 다양하므로 여대생ㆍ미혼여성 혹은 기혼여성 등 사회적 상황에 적합한 일자리를 특성화하고 차별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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