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말뿐인 미국의 强달러 정책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세계 제1위 경제대국의 경제정책을 좌지우지 하는 인물이다. 그런 자리에 앉아 있는 만큼 가이트너 장관이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가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매우 크다. 예를 들어 그가 강달러를 지지한다면서 목에 핏대를 세우면 투자자들이 곧바로 외환시장으로 달려가 달러화를 사들이는 식이다. 그런데 지난 26일(현지시간) '가이트너의 강(强)달러 발언=달러화 가치 상승'이라는 공식이 깨져 버렸다. 가이트너 장관은 이날 뉴욕 미국외교협회 연단에서 "무역 상대국들로부터 이익을 취하기 위해 달러화 가치를 약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며 "적어도 내가 재무장관으로 있는 한 강달러가 미국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지속되고 있는 약달러 흐름을 의식한 듯 강달러 정책 의지를 다시 한번 재천명한 것이다. 하지만 외환시장은 그의 발언에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달러화 가치는 더욱 떨어졌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뉴욕외환시장에서 73.83까지 떨어지며 6거래일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스위스프랑화 대비 달러화 대비 가치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유로화 대비로는 16개월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동안 가이트너 장관의 발언에 예민하다 싶을 정도로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왔던 시장이 오히려 반대 반향으로 움직인 것이다. 시장이 과거와 달리 미국 경제정책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가이트너 장관이 강조하는 '강달러정책'은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공식적으로' 추구하는 통화정책이기도 하다. 그런데 미국은 강달러정책을 고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양적완화정책을 통해 달러화를 찍어 시장에 풀어왔다. 더불어 침체에 빠진 미국 경제를 살려야 한다며 수출확대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말로만 '강달러'를 외칠 뿐 실제로는 약달러를 추구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더군다나 미국은 국가 부채가 크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치권이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국제금융시장의 신뢰도를 스스로 갉아먹고 있다. 금융시장은 예민하고 냉정하다. 미국이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한 미국 경제정책에 대한 국제 금융시장의 신뢰도는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