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리빙 앤 조이] 지구에 남아있는 마지막 비경

■여행<br>필리핀 팔라완 도스팔마스와 지하 강




여행은 지나가버린 과거의 흔적을 기억할 필요가 없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그래서 온전히 현재의 시간과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게 해 주는 고마운 선물이다. 일상의 번잡함 속에서도 여행을 동경하고 꿈꾸는 것은 그런 이유가 아닐까. 1,700개 무인도로 이루어진 '팔라완' 야생동물의 천국
원시 모습 땅속 강 탐험… 신비한 석순·종유석 자태 뽐내
맑다 못해 투명하기까지 한 코발트 블루빛 바다와 귓불을 부드럽게 스치는 바람, 자연을 닮은 섬 사람들의 해맑은 미소…. 이 모든 것이 여행을 꿈꾸는 이들의 한결 같은 로망이다. 꿈같은 로망이 7,000여 개의 섬을 거느린 필리핀, 그 중에서도 아직까지 문명에 눈을 뜨지 않은 팔라완 섬에 그대로 담겨 있다. 지구에 남아 있는 마지막 비경이라는 찬사까지 받고 있는 팔라완은 버진 섬(Virgin Island)의 미니 군도로 다른 섬들과 떨어져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원형에 가까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가슴이 떨릴 정도로 아름다운 해변에는 인적이 드물어 마치 사막 같은 고독한 모습으로 여행객을 맞이한다. 섬 저 멀리로 펼쳐져 있는 세인트폴 산은 정열적인 모험가에게는 탐험의 장소로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이처럼 울창한 열대 우림과 태고의 모습을 간직한 해변, 원시 동굴 등 손상되지 않은 자연 경관을 품고 있는 팔라완은 오랜 시간 동안 스킨스쿠버를 즐기는 사람들만이 찾던 은밀한 장소였다. 특히 형형색색의 산호초와 열대어가 자유롭게 유영하는 팔라완의 수중 세계는 필리핀에서도 최고의 다이빙 지점으로 손꼽힐 정도로 환상적이다. ◇인간의 손때가 묻지 않은 순결한 섬, 팔라완 팔라완은 마닐라에서 서남쪽으로 430㎞ 정도 떨어져 있는 섬으로 서울에서 부산에 이를 정도로 큰 면적을 자랑한다. 우리나라에서 팔라완으로 가려면 마닐라를 경유해야 하기 때문에 다소 불편이 따르지만 오히려 사람의 발길이 많지 않은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팔라완은 오랫동안 자연 상태 그대로 보존돼 왔던 덕분에 그동안 ‘최후의 미개척지’로도 불린다. 팔라완을 구성하는 섬은 자그마치 1,700여개. 거의 대부분은 사람이 살지 않는 작은 무인도이며 그 속에서 아프리카 케냐에서 온 기린과 얼룩말들이 뛰어놀고 작은 팬더와 생쥐, 사슴들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팔라완에는 도스팔마스 리조트를 비롯해 클럽 노아 이사벨 리조트, 엘니도 라겐 리조트, 엘니도 미니락 리조트 등 필리핀에서도 최고급 리조트들이 자리하고 있어 신혼 부부들이 가보고 싶은 여행지 1순위이다. ◇야자수가 드리워진 리조트, 도스팔마스 도스팔마스는 팔라완 섬 동쪽에 떠 있는 아르세피라는 섬에 자리잡은 리조트이다. 스페인어로 도스(Dos)는 ‘2’를 뜻하고 팔마스(Palmas)는 야자수를 의미한다. 도스팔마스는 이 지역을 항해하던 스페인 선박이 이 섬에 우뚝선 두 그루의 야자수를 보고 지은 이름. 지금은 야자수 한그루만이 남아 먼저 떠난 제 짝을 그리워하고 있다. 도스팔마스는 마닐라에서 비행기로 1시간 10분 정도면 푸에르트 프린세사 공항에 도착, 버스로 20분 정도 이동한 후 혼다베이에서 ‘방카’를 타고 50분 정도 가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잠자리 모양으로 생긴 필리핀 전통 나무 배인 방카는 대부분 모터를 달고 있어 빠른 속도로 바다를 항해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마치 잉크를 뿌려 놓은 듯 짙푸른 바다를 헤치며 리조트로 가는 바닷길에서는 수많은 섬들과 고기잡이 어선들을 만날 수 있다. 리조트에 도착하자 마치 신성한 의식이라도 행하는듯 외지인을 맞이하는 반가운 북소리와 징 소리가 울려퍼진다. 도스팔마스 리조트의 가장 큰 매력은 수상 가옥 형태의 베이 코티지에 묵을 수 있다는 것. 베이 코티지는 총 10채가 있으며 객실 내부 디자인은 동일하지만 위치마다 보이는 전망이 다르므로 원하는 전망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사실 팔라완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바다 속에 숨어 있다. 팔라완의 바다는 땅 위의 자연보다 훨씬 아름답기 때문이다.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킨 스쿠버다. 하지만 초보자라면 스노클링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을 받을 수 있다. 리조트에서 약 300m 정도 방카를 타고 나가면 스노클링 포인트가 있는데 투명한 푸른 바다는 금방이라도 풍덩 뛰어들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지하 동굴로 떠나는 색다른 여행 팔라완의 또 다른 매력은 내륙 깊숙한 곳에서나 만날 수 있는 동굴과 초원, 열대 밀림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올라 있는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강 국립공원은 팔라완 섬 북부 해안에 있는 세인트폴 산맥 내에 위치한 국립공원이다. 지난 71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세인트폴 지하동굴국립공원으로 불리며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강 중 세계에서 가장 긴 지하 강(underground river)이자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불가사의 중 하나로도 알려져 있다. 지하 강 국립공원은 사방 부두에 있는 여행정보&지원센터에서 동굴탐험 허가증을 판매하고 있다. 필리피노는 150페소, 외국인은 200페소다. 허가증을 발급받고 나면 20분 정도 방카를 타고 가면 동굴 입구 해변 근처에 다다르고, 배에서 내려 5분쯤 숲길 사이를 걷다 보면 지하 강 동굴 탐험 선착장이 나온다. 동굴 탐험은 6~7명 정도 탈 수 있는 보트에 몸을 싣고 지하 강 동굴을 1.5㎞ 남짓 둘러보는 방식이다. 지하 동굴에는 험한 석회암 동굴과 대리석 절벽이 장관을 이루고 있으며 밑으로는 바닷물과 민물이 섞인 강물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동굴 속에서는 수 십만 마리의 박쥐가 서식하고 있는데 이미 많은 사람을 만났는지 배를 타고 들어가도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놀라운 것은 제비 등 새들도 동굴 안에서 살고 있다는 것. 박쥐 같은 초음파를 갖고 있지 않은 탓에 새들은 울음 소리를 내서 그 소리가 벽에 부딪혀 돌아오는 것을 감지하면서 장애물을 피해간다고 한다. 작은 새들조차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저마다 삶의 방식을 터득하고 있으니 자연의 섭리가 얼마나 신비로운지 새삼 깨닫는다. 동굴 안에서는 천 년 이상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석순과 종유석으로 이뤄진 암석들을 만날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 형상, 나체 여인의 모습, 기린, 기차 레일, 버섯, 녹고 있는 촛불 등 다양하고 기이한 형태의 종유석들이 탐험에 나선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지하 강 탐험을 위해 방카들이 정박한 사방 부두 근처에는 채에 거른 듯 고운 모래들이 깔린 사방 비치가 있어 또 다른 볼거리를 준다. 특히 필리핀의 전통 흑소인 깔라바우가 모는 수레 위에 앉아 1.5㎞에 이르는 사방 비치를 산책하는 기분이 색다르다. ◇항공 정보 대한항공, 아시아나, 필리핀 항공, 세부 퍼시픽이 인천~마닐라 구간을 매주 각각 13회/11회/7회/7회씩 운항하고 있으며 비행 시간은 약 3시간 30분 소요된다. 이 중에서도 세부퍼시픽(www.cebupacificair.com) 항공사는 지난 6월부터 한국~필리핀 전 노선에 대해 저렴한 항공료를 제공하면서 저비용 항공사로 탈바꿈했다. 기내식이나 담요 등은 제공되지 않으나 필리핀 패키지 여행 상품의 가격이 기존에 비해 20만~30만원 정도 저렴해진 것이 큰 매력이다. /팔라완(필리핀)=글ㆍ사진 정민정기자 jminj@sed.co.kr 취재협조=필리핀관광청(www.7107.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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