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사람] 조석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한국형 산업단지 모델 상품으로 개발해 해외수출 추진"



40여년 축적 노하우 바탕… 한국형 산단 개도국 전파위해 국제협력팀 확대·개편
문화·지원시설 등 연계… 삶의 질 높인 공단 조성 역점
지속경영추진단 구성, 직원 교육훈련센터 설치… 기업이 필요로 하는 조직 만들 것
"대한민국 경제가 지난 50년간 일궈온 초고속, 압축 성장은 인류경제사에 없었던 일입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00달러에서 2만달러까지 온 뒤에는 '산업단지'가 든든한 버팀목이 됐습니다. 이런 경험을 우리만 가지고 있을 것이 아니라 후발 개도국에 전수해줘 국제사회에 한국형 경제성장의 모델을 전파하겠습니다." 11월1일 취임 90일째를 맞는 조석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55ㆍ사진)은 최근 서울 구로동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가졌다. 그동안 산단공이 관리하는 48개 산업단지를 모두 둘러보고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던 그는 공직생활 30여년을 마치고 현장에서 실무를 담당하게 돼 더욱 의욕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그는 "이런 토양에 이런 나무를 심으면 좋겠다는 것을 정해주는 게 정책이라면 그 토양에서 나무를 꼼꼼히 살피며 비료도 주고 가지치기도 해주는 게 공공산하기관이 하는 일이 아닌가 싶다"며 "두 개가 합쳐져야 정말 좋은 정책이 나오는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전체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7.6%. 2차 산업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국가 경제의 3분의1을 제조업이 떠받들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산단공이 관리하는 전국 48개 산업단지는 국내 제조업 총생산의 36%, 수출의 44%, 고용의 22%를 차지하고 있는 제조업의 '심장'이다. 하지만 그동안 산업단지가 가진 중요성에 비해 한국형 산업단지 모델이 가지고 있었던 장점이 상대적으로 덜 부각됐던 것도 사실이다. 조 이사장이 취임 직후 들고 나온 조직개편안은 이런 아쉬움을 해결하고 산업단지가 발전을 이루는 데 필요한 가장 시급한 사안들을 담고 있다. 내년 초 비전선포와 전면 조직개편을 앞두고 있지만 그 전에라도 필요한 부분은 과감히 개선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국제협력팀을 확대ㆍ개편했다는 점이다. 국제협력팀은 한국형 산업단지 모델을 개발도상국에 수출하겠다는 목표로 기존 조직에 비해 역할이 크게 늘어났다. 그동안 산업단지나 산업단지 개발 및 관리기관인 산단공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한 공이 크지만 40여년간 축적된 노하우가 너무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 안타까웠던 탓이다. 또 한국형 산업단지 모델의 전파가 수익 사업으로 연결될 수 있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그는 "산업단지라는 세계 경제사에 이제껏 없었던 경험을 우리만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며 "그동안 (경제발전 과정에서) 우리가 국제사회에 빚을 졌다면 이를 되갚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산단공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공적개발원조(ODA)를 받는 나라 중 발전 잠재력이 있는 국가 41개를 최빈국ㆍ저개발국ㆍ개발도상국으로 분류해 한국형 산업단지모델 수출목표국가로 선정했다. 이미 방글라데시ㆍ캄보디아ㆍ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국형 산업단지모델을 전수받고 싶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게 산단공 측의 설명이다. 조 이사장은 "40여년간 축적된 산단공의 지식 및 노하우 중 매뉴얼화가 가능한 부분을 찾아 상품으로 개발할 예정"이라며 "또한 개발된 상품을 주요 목표국가에 전수하고 한국의 산업단지 개발모델을 수요국에 맞게 최적화시켜 해외 산단 개발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형 산업단지의 국제적 위상 강화에 발맞춰 산업단지의 내부 위상 강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한국에 가동 중인 산업단지는 (지방 농공단지를 제외하면) 총 245개. 그중 20년이 넘은 노후단지는 60여개에 이른다. 여기에 5년 내 노후단지가 될 곳도 자그마치 50여개로 5년 내 전체 산업단지의 절반의 시설이 노후화해 기업들이 입주를 꺼리는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그는 "지방의 개별산업단지를 관리하던 지방산업단지공단이 한국산업단지공단으로 통합된 게 지난 1997년"이라며 "통합한 지 14년이 지난 지금 제조업이 질적 전환을 가져오는 다리를 건너는 시기를 넘고 있으며 산업단지는 어떻게 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QWL밸리 조성사업 컨트롤타워를 새롭게 설치하고 산업단지의 변화의 방향을 제시했다. QWL은 근로자의 삶의 질(Quality of Working Life)의 약자로 산업구조 변화에 맞춰 공단의 모습을 바꾸고 각종 문화 및 지원시설과 연계해 '회색빛 공장에 파스텔빛'을 칠하자는 정부와 산단공의 역점사업이다. "지금 우리가 앉아있는 서울 디지털산업단지를 연상하면 QWL밸리 조성사업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문을 연 조 이사장은 "1964년 이곳은 구로공단으로 출범해 30년 넘게 섬유, 봉제, 라디오 트랜지스터 등을 생산하는 공단이었지만 지금 15층짜리 지식산업센터(옛 아파트형공장)가 100곳이 넘고 회사 수 1만2,000개, 근로자 수 13만명에 이르는 지역으로 탈바꿈했다"고 전했다. 서울 디지털산업단지가 지금처럼 변한 이유는 공단의 업종이 변한 탓도 크지만 호텔ㆍ보육시설 등 각종 지원시설이 들어와 사람 사는 모양새를 갖춘 것이 큰 이유다. 조 이사장은 "30년 전 공단을 조성할 때는 지어봐야 장사가 안 돼 공단 내에 주유소를 짓지 않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웬만한 근로자들이 모두 차를 타고 다녀도 반월ㆍ시화 산업단지에는 주유소가 없어 기름값이 리터당 100원이나 비싸도 가까운 주유소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기름을 넣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나 산단공이 하나부터 열까지 (단지 재개발을) 할 수는 없지만 마중물 역할을 할 수는 있다"며 "산단공이 나서서 공단 내 특정시설을 지으면 수익성이 생긴다는 것을 보여주면 민간의 참여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국가 안팎에서 산업단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산업단지 전문기관'인 산단공의 역량강화도 중요하다. 그래서 조 이사장은 산단공 내부를 탄탄히 다지는 데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산단공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인 산업단지 개발의 리스크 관리 조직인 지속경영추진단을 구성했다. 지속경영추진단은 조 이사장을 중심으로 각 조직이 집결해 단지 개발의 사업성과 재무적 안정성을 점검해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산단공의 재무건전성을 높여 안정적인 조직 운영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직원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훈련센터 설치했다. 최근 기업지원기능 강화로 추진사업이 다양해지면서 직원들의 전문성 강화가 중요하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육훈련센터는 요즘 산단공 내에서 가장 바쁜 조직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조 이사장 역시 직원들에게 "직원들에게 연장을 일일이 만들어 나눠줄 수는 없지만 연장을 만드는 대장간은 지어줄 수 있다. 교육훈련센터는 직원들을 위한 대장간"이라고 강조하며 조직 내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조 이사장은 "새로 투입된 직원들이 산업입지 관련 법령을 다루며 어려움을 느낀다"며 "교육기능을 강화해 직원들이 실무능력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한국형 산업단지 모델을 발전시켜나가고 내부적으로는 즐겁게 봉사하면서 입주기업들에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관으로 산단공을 변화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산업입지 제공, 공장설립 문제 등을 다루는 산단공의 본연의 서비스(1단계), 클러스터산업이나 생태산업 같이 산학연을 연계해 기업에 필요한 프로젝트를 찾아주는 네트워킹 서비스(2단계)를 넘어 산업단지에 문화를 덧입히는 서비스(3단계)까지 역할을 확장해 산업단지를 기업을 위한 최적의 공간으로 정비해나가겠다는 각오다. 그는 "산단공이 하는 일의 판을 키우겠다"며 "1ㆍ2ㆍ3단계 서비스를 조화시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조직을 만들겠다"고 전했다.
직원들과 자주 만나고… 부서간 교류모임 만들고… 소통하는 기관장
■조 이사장은 30여년간 공직에 몸담으며 산업·에너지·무역 두루 거쳐 경제 전반에 폭넓은 식견
"공공기관은 청렴해야"… 신뢰·공공성 남달리 강조
조석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은 지난 1981년 제25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래 30여년간 공직에 몸담았다. 지식경제부(옛 산업자원부)가 담당하는 정책의 큰 축인 산업ㆍ에너지ㆍ무역 등 세 파트를 두루 거친 보기 드문 이력을 가지고 있어 한국경제 전반에 대한 폭넓은 식견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2004년부터 2년간 원전사업기획단장을 맡아 방사성폐기물처리장 부지 선정을 위해 최초로 주민투표 방식을 도입하며 과감한 추진력을 보여줬다. 방폐장은 원자력발전을 하는 국가에서는 꼭 필요한 기초시설이지만 1978년 국내에 원전이 국내에 도입된 뒤 번번이 부지 선정에 실패했다. 2003년에는 전북 부안에서 방폐장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는 등 주민들의 반발까지 거세 정부로서는 '풀리지 않는 숙제'였다. 조 이사장은 "방폐장 건설사업은 19년간 해결하지 못했던 장기 미해결 대형 국책사업"이라며 "2004년부터 원전사업기획단장을 맡아 방폐장 부지 선정 업무를 도맡았으며 2년간 우여곡절 끝에 2005년 주민투표를 통해 경주를 방폐장 부지로 최종 선정했다"고 말했다. 방폐장 부지 선정에 기여한 공로로 그는 2006년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이 밖에도 2006년부터 2년간 산업자원부 에너지정책국장을 지내며 에너지기본법을 제정하고 국가에너지위원회를 발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산업정책국장ㆍ성장동력실장 등을 맡을 때는 국가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산업융합촉진법을 제정하며 한국경제의 미래 먹거리 창출에 힘썼다. 공직을 떠나 8월4일 산단공 이사장으로 부임한 그는 11월1일이면 취임 90일째를 맞는다. 아직 그에 대한 평가를 하기에는 짧은 시간이지만 직원들은 이구동성으로 그의 첫 인상을 '소통을 중시하는 이사장'이라고 말한다. 취임 이후 바쁜 일정 속에서도 그는 입사 기수별로 점심ㆍ저녁을 함께 하는 등 만남의 시간을 자주 갖기 때문이다. 또한 서로 다른 부서간 평행적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며 부서 간 저녁 교류모임을 만들었다. 한 달에 세 번 정도 진행되는 교류모임에는 가끔 조 이사장이 '깜짝 방문'하기도 한다는 게 직원들의 설명이다. 산단공의 한 직원은 "기관장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으니 그 뜻을 파악할 수 있어 오해가 생기지 않는다"며 "직원들이 평소에 느끼는 개인적인 어려움까지 밥을 먹으며 자연스럽게 터놓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공공기관의 역할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공공기관은 국민의 니즈(needs)를 충족하기 위한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며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기관의 신뢰성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것. 오랜 공직생활을 거쳐 공공기관의 기관장까지 오른 그의 커리어를 생각하면 유달리 공공성을 강조하는 그의 신념에 수긍이 간다. 그는 "신뢰성을 갖추려면 기관이 도덕적으로 청렴하고 업무대응이 일관적이어야 한다"며 "산단공도 그런 조직으로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사장 취임 한달 째인 9월을 '청렴문화 확산의 달'로 정하고 사회공헌활동을 늘린 것도 그의 남다른 의지가 바탕이 됐다. 약력 ▦1957년 전북 익산 ▦1981년 서울대 외교학과 학사, 1997년 미국 미주리 주립대 경제학 석사, 경희대 경제학 박사 ▦1981년 행정고등고시 합격 ▦1998년 대통령비서실행정관 ▦2000년 녹조근정훈장 수훈 ▦2001년 산업자원부 총무과장 ▦2004년 산업자원부 원전사업기획단장 ▦2006년 산업자원부 생활산업국장 ▦2006년 지식경제부 자원정책심의관, 에너지정책기획관 ▦2006년 홍조근정훈장 수훈 ▦2008년 지식경제부 산업경제정책관 ▦2009년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 ▦2011년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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