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올해도 이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통계청이 내놓은 '10월 소비자물가 지수'에서도 배추(72.4%)나 파(86.6%) 같은 김장채소 값이 전년보다 크게 뛰었다.
전문가들은 배추 가격을 잡기 위해서는 배추만 놓고 볼 게 아니라 김치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배추 자체만 놓고 값을 떨어뜨리는 것은 효과도 없을 뿐만 아니라 시장원리를 왜곡해 더 큰 문제만 낳는다는 것이다. 농산물 수급 문제는 가공산업, 즉 식품으로 풀어야 한다는 뜻이다.
식품유통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은 이렇다. 김장하려는 수요가 일정하다고 볼 때 기본적으로 배추 가격은 생산량에 비례한다. 그런데 기후 상황에 따라 배추 생산량은 급증하거나 급락한다.
배추 가격만 생각하면 문제를 풀기가 매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업계의 고위관계자는 "배추 값이 뛰더라도 김장에 필요한 고추나 마늘 가격은 오히려 낮아질 수도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배추를 심는 것은 김치를 담그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김치를 담는 데 드는 총비용 개념으로 접근해야 배추 문제를 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이 같은 시각에 동의하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배추 값만 잡겠다고 시야를 좁히면 중국에서 싸게 배추를 들여와 값을 낮추게 되는 악순환만 이어진다"며 "김치를 파는 식품업체는 배추 값이 오르더라도 김치가격을 바로 올릴 수 없는 만큼 김치 수급을 기준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배추 값이 비싸다고 일정량을 정부 등이 싸게 팔면 나머지 배추 값은 더 올라가는 역설이 생긴다고 유통업자들은 설명한다. 예를 들어 출하된 배추가 100개인데 이 중 20개를 싸게 팔면 나머지 80개는 값이 더 뛴다는 얘기다. 특별하게 싸게 파는 상품의 경우 불필요한 수요가 몰리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도 농산물 수급 문제(가격 급등락)를 다룰 때 가공산업의 개념에서 해결한다. 유럽에서는 생산되는 우유의 절반가량을 가공품으로 쓴다. 남는 계란은 난황을 분리해 파는 방법을 이용해 과잉공급 문제를 푼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농산물을 쌀 때 샀다 비쌀 때 푸는 수급 조절 기능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기본적으로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소비를 줄이는 게 정답"이라며 "정부가 특정 품목을 지정해 가격을 조절하는 일은 시장원리를 왜곡하는 것으로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