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사회의 쓴소리를 듣기 위해 만든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삼지모)’이 처음으로 가동됐다.
12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학수 삼성전략기획실 부회장을 비롯한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순택 삼성SDI 사장, 이수창 삼성생명 사장, 김인주 삼성전략기획실 재무지원팀장(사장) 등 삼성전략기획위원회 위원들과 신인령 이화여대 총장, 김형기 좋은정책포럼 대표, 방용식 전 노동부 장관, 안병영 전 교육부총리, 이정자 녹색미래 대표, 최열 환경재단 대표, 최학래 전 한겨레신문 사장,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등 삼지모 멤버 8명이 이날 신라호텔에서 만나 상견례를 갖고 삼성그룹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전략기획위원회 위원 가운데 유석렬 삼성카드 사장은 해외출장 중이어서 참석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삼지모 멤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삼성그룹 계열사 현황과 현안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앞으로 사회 각계각층의 가감 없는 목소리를 전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상견례 자리로 만난 만큼 구체적인 주제를 가지고 의견을 나누지는 않았다”며 “앞으로 정례모임을 통해 사회가 삼성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함께하는 삼성이 되기 위해 어떤 게 필요한지 고견을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임을 마치고 나온 삼지모 멤버들도 “상견례 자리였다”며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지난달 22일 인선을 완료하고 이날 첫발을 내디딘 삼지모에 대한 재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의 입장은 ‘기대반 우려반’이다. ‘쓴소리’를 듣겠다고 삼지모를 발족시켰지만 일등삼성 신화의 근간이 된 ‘무노조 경영’ 등 경영 의사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문에 대한 사회의 목소리를 삼성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삼지모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경우 삼성 입장에서는 옥상옥의 조직이 하나 더 만들어진 데 그칠 수 있다. 동시에 삼지모 멤버들로서는 삼성의 여론무마용 ‘들러리’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삼지모 인선 후 김형기 좋은정책포럼 대표는 “삼성의 방패막이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삼성의 ‘진정성’을 믿고 싶다”며 “전공(노동경제학)을 십분 발휘해 삼성 무노조 신화의 허구를 비판하고 대ㆍ중소기업 관계에서도 모범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비판적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