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총리의 지난 17일 외부 회동은 대대적인 정계개편의 화살이 이미 시위를 떠났음을 입증했다.DJP는 이날 회동에서 연내 내각제 개헌 유보 원칙과 국민회의·자민련 양당 및 제3세력을 포함하는 정계 대개편, 그리고 이를 토대로 한 16대 총선대책과 앞으로 내각제 추진문제 등에 관해 2시간 가량 심도있는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DJP간에 내각제 개헌과 정계개편 문제를 이처럼 구체적으로 논의하게 한 것은 이 문제를 정리하지 않고는 16대 총선에 대비할 수 없다는 절박한 상황인식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金대통령과 金총리가 형식적인 청와대 주례보고를 당분간 중단키로 한 것도 이날 회동에서 양자간 논의에 커다란 진전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범 정치권의 대연합론은 金대통령이 추구하는 전국정당화와 金총리가 추구하는 내각제 개헌을 위한 국회 3분의 2 의석 확보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내각제 문제와 관련, 두 사람은 국민정서나 현실여건상 99년말 개헌약속은 「유보」가 불가피하다는데 견해를 같이 했으며, 내각제 협상은 양당의 공식 창구를 통해 벌여나간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는 후문이다. 내각제 개헌 시기는 내년 총선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金대통령의 임기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두 사람은 지역구도 타파와 내년 총선에 대비해 정계 대개편이 불가피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불과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에 대비하기 위해 9월 정기국회 전에 정계개편 문제를 완료하기로 합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金총리는 양당 합당을 위주로 한 정계개편에 대해서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을 것이라는 게 자민련측의 분석이다. 양당만의 합당은 金총리나 자민련으로서는 실익이 거의 없고 오히려 세력약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DJP회동이 외부에 노출되자 金총리측이 정계개편합의설을 부인하고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양당 합당의 형식을 먼저 취하는 것이 아니라 두 여당과 한나라당의 이탈세력이 동시에 이합집산 형식으로 신당을 창당하는 범 정치권의 대연합론이 DJP간 정계개편 논의의 핵심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당이 창당될 경우 총재를 누가 맡느냐가 큰 관심사항이다.
정계개편 이후 사실상 이원집정부제식으로 국정이 운영될 것임을 감안할 때 金대통령이 총재직을 맡고 金총리가 계속 그 자리에 있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지만 이렇게 될 경우 사실상 흡수통합이 될 것이란 점에서 金총리가 신당의 총재직을 맡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 경우 박태준(朴泰俊) 자민련 총재가 총리직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또 일각에서는 金대통령이 총재직을 맡는 대신 당대표의 권한을 강화해 朴총재가 그 자리를 맡을 것이란 관측도 대두되고 있다.
이같은 정계개편의 논거 제공자는 「3자 대연합론」을 주장해온 자민련 박철언(朴
哲彦) 부총재인 것으로 알려졌다. 朴부총재는 15일 金총리, 16일 金대통령을 각각 만나 이같은 정계개편 방안을 제시했으며 DJP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는 것이 朴부총재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같은 인위적 정계개편은 야당을 극한반발을 초래하고 전직 대통령들에게 정치재개 명분을 제공하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다.
정계개편에 부정적인 사람들은 『노태우 정권 때의 3당 합당이 「구국적 결단」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결국 「3당 야합」으로 판정이 났으며 내각제 밀실약속도 중도에 파기돼 버렸다』며 『인위적 정계개편은 혼란만 가중시키며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김준수 기자 JS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