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수입자유화/특별기고] 수입다변화 폐지를 기회로

申元植 한국무역협회상무수입선다변화제도가 완전히 폐지됐다. 마지막까지 다변화품목으로 남아 있던 승용차·타이어·NC선반·머시닝센터·칼라TV·VCR·휴대폰·카메라·전기밥솥을 비롯한 16개 품목이 6월말 해제됨으로써 20년동안 운영된 이 제도가 역사 속으로 묻히게 된 것이다. 다변화제도는 지난 70년대말 우리나라가 수입자유화를 추진하면서 미숙했던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동시에, 대일 무역적자의 골이 깊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보완장치로 마련된 제도이다. 당시 우리는 일본의 개발경험을 토대로 산업을 육성하던 때라 일본에게 시장을 섣불리 내주기가 힘든 처지였다. 이렇게 출발된 다변화제도는 80년대들어 대상품목이 확대되면서 대일수입을 절감하고 국내 산업이 자생력을 갖게 되는데 한몫을 해냈으나, 특정국에 대한 수입제한조치로 WTO협정에 위배되어 그 동안 논란이 되어왔다. 정부는 동 제도를 금년말 폐지할 계획이었으나, IMF와의 협정과정에서 일정이 당초보다 6개월 앞당겨졌다. 이번에 다변화조치에서 해제된 승용차·기계류 및 전자분야는 일본이 세계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서 한·일 양국간 전쟁이 치열한 분야다. 또 이들 상품의 올해 내수시장규모가 110억달러에 달해 이번 다변화해제는 사상 최대의 대일시장개방에 해당된다. 일본기업들이 한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유통망과 A/S(애프터 서비스)체제를 구축하는 등의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다변화해제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나, 장기적으로는 국내시장을 상당히 잠식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5년 후인 2004년 일본산 승용차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3%로 현재 외제차의 국내시장점유율 2.2%를 웃돌며 NC선방·머시닝센터의 경우 일본산의 점유율이 20%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컬러TV·VCR·휴대폰의 경우는 일본제품이 우리나라의 13∼15%를 차지하고 전기밥솥·자동카메라의 경우 시장점식률이 각각 25%, 6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품목별 주요기업들의 예상치를 토대로 분석된 무역협회의 이같은 전망이 빗나가고 실제 시장점유율이 이보다 낮기를 기대해 보지만 다변화 해제에 집중적으로 대비해야 할 시기에 IMF사태가 발생, 우리 기업들이 대응책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은 불안감을 더하는 또다른 요인다. 일본기업들의 한국시장 공략이 시작됐으나 국내에선 아직 구조조정 조차 마무리짓지 못한 업종·기업이 상당수에 달하는 형편이어서 다변화해데의 충격파가 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페지된 다변화제도를 돌이킬 수는 없다. 유일하게 남아 있는 일은 우리 기업들이 일본의 내노라하는 기업들과 맞설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기술력·품질·디자인·서비스를 포함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노력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기업이 더 이상 정부에 기대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하지만 지금이야말로 정책적인 뒷받침이 절실한 때다. 양국기업의 매출규모나 재무구조르 보면 우리 기업들은 골리앗과 싸워야 하는 다윗의 처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함께 당장 급한 일은 소비자들에 팽배해 있는 일본브랜드의 환상을 희석하는 일이다. 꼼꼼하게 따져보면 국산제품이 일본제품에 비해 손색이 없으나 무조건 일본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경향이 대일 수입증가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홍보전략이 필요하다. 아울러, 대일수입에 의존하는 핵심부품의 정책적인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다변화제도 시행 중에는 일본기업들이 완제품 대신 부품을 공급했지만 앞으로는 완제품 수출이 가능해져 일본기업들이 부품공급을 중단할 경우 우리 기업들의 부품조달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정부가 기업들의 부품조달에 대한 지원을 한층 강화하는 한편으로 핵심부품의 수입관세를 내려 완제품에 대한 관세부과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변화제도 해제에 따라 잃은 시장을 되찾기 위해 수출지원을 강화하는 것도 대책가운데 하나다. 이런 맥락에서 원화환율의 안정과 함께 지속적인 금리안정을 통해 국산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고 본다. 특히 국산제품의 가격이 일본보다 20%가량 낮아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엔화대 원화환율이 1대11의 비율이 유지돼야 한다는 적정환율 주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다변화제도의 페지는 부정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한일양국간의 경제협력을 심화시키고 양국기업간 산업협력을 촉진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조치를 계기로 일본도 한국기업들의 대일수출에 장애가 되는 각종 비관세장격을 실질적으로 제거함으로써 한·일양국이 진정한 자유무역의 파트너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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