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인류 기원의 수수께끼 찾아가는 여정

■ 루시, 최초의 인류 (도널드 조핸슨 지음, 김영사 펴냄)


고인류학이란 화석이라는 과거의 흔적을 통해 인류가 유인원에서 인간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탐색하며 인류의 기원을 찾아가는 학문이다. 시카고대학 대학원생이었던 도널드 조핸슨은 1974년 어렵사리 후원금을 모아 에티오피아 인류 화석 탐사를 떠난다. 그리고 그 해 11월 30일 그의 눈에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한 화석이 들어왔다. 그것도 무더기로 출토됐다. 팔뼈, 넓적다리뼈, 척추뼈, 골반뼈 등 인체의 40%에 가까운 당시까지 발견된 인류 화석 중 가장 완벽한 형태의 화석이었다. 방사선 연대측정 기술로 측정한 결과 이 화석은 320만년 전 인류의 화석으로 판명됐고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페렌시스-루시'로 명명됐다. 키 약 107cm, 몸무게 28kg, 25세 정도 여성의 화석으로 밝혀진 루시는 당시 인류가 두발 보행을 했다는 확실한 증거를 보여주면서 인류의 기원을 320만 년 전으로까지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 후 인류는 더 많은 화석을 발굴하면서 인류 역사가 500만 년 전까지도 올라간다는 연구를 내놨지만 화석의 연대를 말할 때 루시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질 만큼 '루시'는 고인류학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화석이다. 책은 루시를 발견했던 조핸슨이 인류 진화사 연구의 최대 전환점이라고 했던 '루시'를 발굴하고 해석해나가는 과정을 상세하고 흥미진진하게 적어내려간 기록물이다. 또 고인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루이스 리키의 삶에서부터 타웅 베이비, 루시, 진지 등의 주요 화석의 발견과 해석 과정, 필트다운인 사기극, 인류가 직립보행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한 다양한 논쟁 등 고인류학의 쟁점과 이론들을 소설처럼 그려내고 있다. 고인류학의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평을 듣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이번 한국어판에서는 루시 이후 새로운 화석이 발굴되면서 인류학적 지식 면에서 오류로 판명되거나 바뀐 부분에 대한 전문가의 주석을 추가했다. 저자는 지난 2009년 방한해 "피부와 머리 색깔, 눈 모양과 관계없이 우리는 모두 동일한 종으로 공통의 미래를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말을 통해 '인류 평등'과 '운명 공동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또 "인간이 공통의 기원을 가지고 있다는 건 우리가 서로 연결돼 있음을 늘 상기시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문화 간의 단절, 계급 간의 단절을 메울 수 있는 답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류 기원의 수수께끼를 찾아가는 인류학자들의 여정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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