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적인 경제 지표 가운데 기업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라는 게 있다.
BSI가 100보다 높으면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이 나쁘게 보는 기업보다 더 많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이다. 그렇다면 지난달 BSI가 80이었는데 이달에 ‘90’이 됐다면 체감경기가 나아진 것일까.
엄밀히 말해 여전히 기준치인 100에 밑돌았기 때문에 호전된 게 아니다. 전달보다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여전히 더 많았기 때문이다. BSI가 통계 지표로서 의미가 있으려면 경기 상황을 적절히 반영하며 기준치인 100을 오르락내리락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나 대한상공회의소의 BSI는 이 같은 상식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 BSI는 다르다. 한은의 해당월 제조업 업황 BSI와 다음달 업황전망 BSI는 지난 2003년1월 첫 조사 이래 4년여간 100을 넘은 적이 단 한번도 없다. 한 민간경제연구소의 연구위원은 “연구과정에서 참고 자료로만 활용하고 있어 ‘반쪽짜리’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BSI는 설문 조사에 의존하는 등 한계가 많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도 보조적인 경기 지표로만 쓰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조사 때마다 100을 넘지 않는다면 조사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최근 향후 경기 전망을 둘러싸고 정부와 한은과의 논쟁이 한창이다. 김석동 재경부 제1차관은 12일 “미국 경제의 둔화 가능성 등 잠재적 하강 위험요인에 대한 대비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이날 “우리 경제의 외부 여건을 나쁘게 할 수 있지만 크게 나쁜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반박했다.
사실 이들의 발언 내용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경기 인식이 근본적으로 다르기보다는 강조점이 달랐을 뿐이다. 그만큼 경기운용은 미세한 차이를 해석하고 선제 대응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중앙은행의 기본적인 경제지표가 무용지물 논란에 휩싸일 경우 한은의 공신력마저 흠집날 수 있다는 우려는 지나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