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열받은 정 위원장 더 열받은 김 회장


요즘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심기가 이래저래 편치 않다. 동반위는 지난달 동반성장대책1주년을 맞아 1차 중소기업적합 업종 16개 품목을 선정해 야심차게 발표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앙꼬 없는 찐빵''생색내기 수준'이라는 언론의 뭇매였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언론의 비난을 의식해서인지 정 위원장은 여러 언론매체에 나와 이달 내로 29개 쟁점품목을 대상으로 2차 중기적합 업종 선정을 끝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대부분 품목이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비난의 화살이 집중됐다. 대-중소기업 간 이견이 크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사실상 합의도출은 물 건너갔다는 비아냥 앞에 호언장담했던 정 위원장의 마음은 시커멓게 타들어갔을 터. 중소기업중앙회는 정 위원장의 속을 아예 후벼 팠다. 제 편인 줄 알았던 중기중앙회가 얼마 전 느닷없이 동반위의 중기적합 업종 선정이 미숙하고 미온적이고 비현실적이라며 성토 성명서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중소업계를 돕겠다고 자처한 그로서는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그러니 분통이 터질 만도 하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도 단단히 화가 났다. 동반위 때문이다. 무려 1년을 기다려줬건만 기대했던 성과는 '미흡'그 자체였다. 점수를 매긴다면 '양'이하라는 게 중앙회 측 얘기다. 게다가 '중기중앙회는 도대체 뭐하고 있느냐'는 중소업계의 불만이 쏟아지면서 김 회장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결국 정 위원장ㆍ정부와의 관계 등을 감안해 그동안 참고 참았던 김 회장도 '더 이상은 안 된다'며 휴일 성명서 발표라는 초강수를 빼든 것이다. 중앙회 관계자는 "경험도 없고, 기업논리를 내세우는 동반위에 실망이 크다"며 "동반위는 '필사즉생'의 각오로 각성해야 한다"고 격앙된 중앙회 분위기를 전했다. 김 회장의 측근으로 통하는 어느 조합 이사장은 "김 회장이 그동안 내색을 안 해서 그렇지, 굉장히 화가 나 있는 상태"라며 "동반위의 행보를 보고 조만간 중대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분노 수위가 임계치에 달했다는 얘기다. 결국 정 위원장, 김 회장 두 수장의 화를 삭힐 만한 '막판 뒤집기'가 나오지 않는다면 아마도 대ㆍ중기 동반성장이라는 실험은 실패작으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과연 이들 두 사람이 공생발전의 선구자로 역사에 기억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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