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성곡미술관 기획전-작가의 자아찾기

성곡미술관 기획전-작가의 자아찾기"나를 화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보다 「나를 화나게 하는 것들」은 확실히 매우 도발적인 화두이다. 「나를 화나게 하는 것들」이라는 말에서 사람들은 저항을 읽으며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에서는 순응을 읽는다. 교과서에서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을 읽으면서 성장한 젊은 여성 작가들이 사회와 타자와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화를 내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그 무엇인가에 얽매여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지금 화가 나 있는 것이고, 그 어쩔줄 모르는 당혹감을 허탈을 그리고 도전을 모아 전시공간이라는 하나의 틀 속에서 치고빠지는 실험을 도모한다. 성곡미술관에서 준비한 외부기획전 「나를 화나게 하는 것들」에는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한 여섯명의 젊은 여성작가(93학번)들이 모인 자리이다. 4일부터 26일까지.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이혜신씨는 『이 전시는 외부적 갈등으로부터 내면적 욕구의 대립으로 점차 진행되며, 즉 「나를 화나게 하는 것들」은 무엇이며 자신의 진정한 욕구가 무엇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에 도달하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배경하에 전시는 「사회 대 나」, 「타자 대 나」, 「나 대 나」라는 세가지의 공간으로 나뉘어지며 우리시대의 여성들, 결국 사람들을 화나게 하는 것들이 결코 예사롭지 않은 질곡의 축조 속에 잉태되고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혼이라는 것을 「남들이 거쳐온 코스 그대로」라고 인식하고 있는 황혜신은 규격화된 결혼이라는 예식을 풍자하는 작품을 만들었다. 신랑과 신부의 군상들. 그것들이 피곤해서인지 조순화는 그 옆에 현존하지 않은 세상을 만들어놓았다. 이른바 「귀신잡기」라는 요상한 행사이다. 작가에게 객관이란 질곡이 형상화된 죽은 형태이며, 만약 사물의 이치가 그렇다면 「귀신들의 공간」으로 한번 넘어갈만하다는 뜻일까. 단순명료한 사람들의 이미지를 담은 평면을 공중에 부유시키는 박나래의 작품은 후기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성을 잃어버리고 욕망의 늪에 빠져있는 우리시대의 풍속을 점검한다. 그리고 철과 전구들을 이용해 어린이의 모습을 과장시키면서 어른 또한 형해화시킨 공간 속에서 수동적인 인간군상으로 묘파한 조미영의 작품, 밀폐된 큐브 공간에서 자신의 모습을 읽어내는 김정하, 피아노줄을 이용해 전시공간 속에 소음을 불러내는 방효정 등의 작품 등에서 이 땅의 젊은 여성들을 화나게 하는 허상 그러나 실상일수 밖에 없는 아이러니의 연출을 볼 수 있다. 문의 (02)737-7650. 이용웅기자YYONG@SED.CO.KR 입력시간 2000/07/04 19:48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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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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