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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만에 메달… 쇼트트랙 단거리 희망 쐈다

■ 박승희 여자 500m 동메달

레이스 초반 1위로 달리다 英선수에 걸려 넘어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

"메달 따 만족 … 후회 없어"

한 차례의 부정 출발. 위축될 법도 했다. 그럼에도 총성과 함께 맨 앞으로 달려나간 선수는 박승희(22·화성시청)였다. 초반 스타트가 중요한 단거리 특성 탓에 금메달 가능성이 한껏 높았던 출발이었다. 하지만 뒤를 따르던 선수의 무리한 추월 시도에 밀려 균형을 잃고 넘어지면서 손에 잡힐 것 같았던 금메달은 멀어졌다. 아쉬움이 가득한 레이스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승희가 한국 선수로는 16년 만에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에서 동메달을 땄다. 레이스 초반에 상대 선수에게 걸려 넘어지는 불운을 겪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경기를 마친 뒤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승희는 13일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팰리스에서 열린 2014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에서 54초207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결승에 나선 4명의 선수 가운데 4위였지만 엘리스 크리스티(영국)가 실격을 당하면서 3위로 순위가 올라갔다.


중국의 리젠러우(45초263)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리젠러우는 경기 초반 4위로 달리다가 앞선 선수들이 넘어지며 어부지리로 경쟁자 없이 여유롭게 1위로 들어왔다. 크리스티와 뒤엉켜 넘어진 뒤 2위로 레이스를 마친 아리안나 폰타나(이탈리아·51초250)가 은메달을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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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희로서는 아쉬운 결과였다. 박승희는 초반 스타트가 좋아 선두로 치고 나섰지만 크리스티가 무리하게 선두권으로 진입하려다 폰타나에게 반칙을 범하면서 악영향을 받았다. 크리스티의 손이 박승희의 하체를 건드렸고 박승희도 균형을 잃고 넘어지고 말았다. 박승희는 레이스에 복귀하기 위해 서두르다 다시 한번 넘어지면서 출전 선수 가운데 가장 늦게 레이스를 마쳤다. 상대 반칙만 아니었으면 금메달도 충분해 보였던 만큼 아쉬움은 더 컸다.

아쉬운 결과지만 의미는 값지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이 여자 500m에서 올림픽 메달을 수확한 것은 16년 만이다. 지난 1998년 일본 나가노 대회에서 전이경이 동메달을 딴 후 중국 등 단거리 강국에 가로막혀 메달 수확이 쉽지 않았다. 전이경은 당시 결승 진출에 실패했으나 결승전의 출전 선수 4명 가운데 2명의 실격과 레이스 포기로 '행운의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500m는 이처럼 취약 종목으로 꼽혀왔지만 박승희의 메달 획득으로 도약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박승희는 초등학교 때부터 스케이트에 소질을 나타내며 선수 생활을 시작했고 중학생 시절인 2007년 태극마크를 달았다. 지난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는 여자 1,000m와 1,500m에서 동메달을 수확하며 당시 쇼트트랙 대표팀에서 유일한 '멀티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종합 2위에 오르는 등 여자 쇼트트랙의 대표주자로 꾸준히 활약해왔다.

특히 이번 대회에는 언니·남동생·남자친구가 모두 출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언니 박승주(24·단국대)는 스피드스케이팅, 남동생 박세영(21·단국대)은 쇼트트랙 대표로 선발돼 3남매가 나란히 소치 땅을 밟았다. 또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대들보인 이한빈(26·성남시청)이 남자친구이다.

박승희는 "단거리에서 메달을 땄다는 게 큰 수확"이라며 "메달을 딴 점을 기쁘게 생각하고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넘어진 상황과 관련해 "뒤의 선수들 사이에 충돌이 생기면서 나를 건드린 것 같다"며 "이미 끝난 것이니 후회는 없다"고 대범한 모습을 보였다.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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