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5월 29일] 진정한 세계화

이태 전 이란 남부에 위치한 작은 시골 마을을 방문했을 무렵 난생 처음 외국인을 봤다는 현지인들이 우리 일행을 에워쌌다. 국적을 밝히자 곧 날라온 질문은 놀랍게도 “남쪽(사람)이냐 북쪽(사람)이냐”였다. 북한이야 영원한 그네들의 우방이라 치고 이 무학의 벽촌 사람들까지 우리를 안다는 게 신기했다. 알고 보니 현지 ‘해태상사’가 수입한 ‘프라이드’ 자동차는 그 나라 부자의 대명사였고 삼성 ‘애니콜’은 잘나가는 젊은이의 상징이었다. 게다가 국기 대접인 축구에서도 ‘아시아 맞수’다 보니 어린 아이들조차 “정보기술(IT) 강국에서 손님이 왔다”며 일행을 반겼다. 두바이공항에서는 한글 안내문이 영어와 비슷한 대접을 받으며 부착돼 있어 놀라움을 줬다. 지난 1970년대부터 ‘열사의 땅’으로 날아가 나라를 건설해온 역사 때문일 것이다. 우리에게 그곳은 아직 낯선 땅일지 모르겠지만 그들에게 우리는 정말 가까워 보였다. 서구사회를 강타한 금융위기가 지나가면서 중동ㆍ남미ㆍ아시아 등 신흥국의 위상이 괄목상대하게 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 운위해온 세계화가 서구의, 서구에 의한, 서구를 위한 것이었다면 이제는 ‘기타 등등’ 취급을 받던 나라들의 부가 세계경제를 주무르는 주역이 됐다. 서구권의 위기가 쉽게 진화된 것도 따지고 보면 이들 덕분이다. 시티그룹의 대주주는 이제 아랍에미리트연방(UAE)의 국부펀드이고 재규어ㆍ랜드로버 브랜드는 인도 타타그룹에 넘어갔다. 서구권도 신흥시장을 주요 매출처로 삼고자 각종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물론 환율 수혜와 신흥시장 매출로 쏠쏠한 이익을 거둬온 우리 수출기업에는 그리 좋은 소식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경제와 문화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것임을 생각할 때 앞으로 더욱 해볼 만한 게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들어 그곳 안방은 ‘장금이’가 점령하고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위상은 우리가 찾아가야 할 나라들에서 이미 무시 못 할 수준이다. 아직 정치ㆍ이념ㆍ종교ㆍ제도 등에 묶여 있는 나라가 많지만 이들이 깨어난다면 세계 지도는 사뭇 달라질 것이 분명하다. ‘진정한 세계화’의 문턱에서 보는 ‘다이내믹 코리아’의 브랜드이미지는 사뭇 밝아 보인다. 자긍심과 친근감을 무기로 ‘새로운 바다’를 누빌 한국 상인들의 선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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