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당국자는 27일 기자와 만나 "한일 간 진행되던 외교안보 분야 협력은 물론 여타 접촉 또한 상당기간 유예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민간이 주도하는 문화나 경제 부문은 예정대로 진행되겠지만 이전 사례를 돌이켜 봤을 때 활발한 교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아베 총리의 신사 참배는 보수층 결집 외에 미국과의 관계가 그만큼 공고해졌다는 판단하에 이뤄진 결정일 것"이라며 "다만 미국 국회의 반발 등을 감안하면 미국 행정부가 지금과 같이 일본과의 관계를 가져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미일 관계가 삐걱거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위용섭 국방부 부대변인 또한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 총리의 신사 참배와 관련해서는 어제 정부 발표안이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이러한 신뢰가 구축되지 않은 일본의 행태를 통해 과연 어떠한 군사교류가 가능할지 되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 부대변인은 한빛부대가 받은 일본 자위대의 실탄에 대해서는 "후속 군수지원이 도착하면 그 즉시 유엔으로부터 무상 양도받았던 탄약을 되돌려줄 것"이라고 밝히며 당분간 한일 양국 간 군사 교류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해 다음달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 한일 정상이 참석할 경우 해빙무드 조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이번 아베 총리의 신사 참배로 관계 복원은 더욱 요원해졌다는 평가다. 정부는 다음달 초 개최를 목표로 조율하고 있던 한일 차관급 전략대화와 내년 상반기 개최 예정이던 한일 국장급 안보정책협의회 등도 무기한 연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정부 간 물밑교섭은 계속돼야 하며 정부 간 대화는 필요하다고 본다"며 "아직은 국민 정서가 받쳐주지 않겠지만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 등을 통해 전략적인 대화를 이어나가는 등 언제든 열린 자세로 협력해나갈 수 있다는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는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아베 총리에 대한 규탄 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 차원에서도 아베 총리 규탄 결의안을 채택해 아베 총리의 어리석은 행동을 평화를 사랑하는 동북아 여러 국민과 함께 규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