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MBC, SBS, EBS 등 지상파 4사가 멀티모드서비스(MMSㆍMulti Mode Serviceㆍ다채널방송) 도입을 준비하면서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로서는 기존 1개 TV 채널을 2~4개까지 늘릴 호기로 보고 공격적인 행보를 취하고 있지만 시장 잠식을 우려한 케이블TV 업계와 화질 저하를 우려하는 일부 시청자층의 강한 저항에 부닥쳐 국내 디지털 방송정책이 또 한번 격랑을 예고하고 있다. 중재역할을 해야할 방송위원회는 소속 연구센터를 통해 금주중 ‘MMS시험방송 결과 평가 연구’보고서를 비공개로 위원회에 공식 보고할 예정이며 이와 별도로 ‘지상파 다채널 영향분석 연구’도 시작할 예정이다. 논쟁이 본격화 되는 셈이다. ‘화질 저하없다’는 지상파방송사들=지난 6월 독일월드컵 기간 중 한시적으로 이뤄졌던 MMS 시범서비스에서 가장 크게 부각됐던 문제는 화질 저하와 수신기 오작동 등의 문제. 방송위에 따르면 연구센터 보고서는 이 문제에 대해 ‘화질 저하는 우려할 만하지 않다’는 내용과 ‘수신기 오작동 문제는 기술적으로 다시 검증해야 한다’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MMS를 실시하면 지상파 4사는 기존에 송출했던 화질 수준(1080i HD포맷)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720p HD포맷)의 화질을 제공하게 된다. 방송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50인치 이하의 TV에선 큰 문제가 안 됐다”고 밝혔다. 일반 가정에 보급된 디지털 TV 대부분이 30~40인치대인 점, 이제 막 보급이 시작된 풀 HDTV가 아닌 일반 HDTV가 기존 송출화질을 완벽히 구현하지 못한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큰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다만 수신기 오작동 문제에 있어서는 “방송사 뿐 아니라 가전업체까지 관계가 얽혀 있어 더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풀HDTV를 가진 시청자가 극소수인 점을 감안하면 최고 화질에 지상파를 맞추는 건 산업 드라이브를 거는 정도의 의미”라며 “모든 송출 전파를 풀HD에 맞추기엔 무리가 있고 향후 기술변화 등을 감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케이블TV업계=지상파 방송사는 답보상태인 디지털 전환을 촉진시키려면 우선 시청자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고 이는 화질 개선보다는 채널 수를 늘려 볼 만한 콘텐츠의 양을 확대해야 한다는 논리로 MMS 도입을 강행할 계획이다. 반면 케이블TV 업계는 이 경우 지상파의 미디어 시장 독점이 심화돼 미디어 업계 전체의 발전에 저해가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오지철 케이블TV협회 회장은 “정부로부터 1개 채널을 허가받은 지상파가 이제 와서 대역을 쪼개 채널을 늘리는 건 국가적 채널 정책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채널 여유가 생기면 남는 채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인터넷 HDTV 동호회를 중심으로 한 일부 시청자들의 반발도 거세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이미 개발된 고화질 기술을 사장시킨 채 채널만 늘리는 건 지상파의 시청자 서비스 정신에도 위반되고 국내 방송기술 발전도 막는다는 논리다. HDTV 동호회 ‘AV코리아’, 다음까페 ‘HDTV AND HTPC’ 사용자모임 등에선 “풀HDTV 등 더 좋은 TV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오히려 방송 화질은 더 나빠지는 쪽으로 가려 한다”며 MMS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규제 당국인 방송위나 정보통신부도 디지털 방송정책 기조의 근간을 바꿔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서비스 저하 우려를 감수하면서 자칫 지상파 편향 정책을 편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기 대문이다. 여기에 1개 채널 HD중심 정책 배치 ▦케이블TV와 같은 유료방송 시장 붕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존립 기반 약화 등의 논리도 지상파가 MMS를 도입하기 전 풀어야 될 숙제로 지적되고 있다. ▦MMS란?=디지털 지상파TV 1개 채널대역(6MHz)에서 고화질(HD) 방송을 송출하고 남은 대역에 추가로 표준화질(SD)급 채널과 오디오채널 등을 추가하는 서비스. MMS가 실시되면 지상파로 볼 수 있는 채널은 기존의 5개(KBS 2개 채널 포함)에서 10~20개까지 늘어날 수 있다. 다만 이때 화질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제기돼 논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