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제자본이동 면역력 키우자

국제자본 이동을 규제하는 문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최근 열렸던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 총회에서 회원국들은 국제단기자본 이동에 대한 통제장치 설치문제를 깊이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그동안 유보적 입장을 취해온 IMF 당국 및 미국 정부도 깊은 관심을 나타냈고, 특히 미국의 재무부 장관은 『자동차 사고 예방조치와 마찬가지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국도 이번 회의에서 외환거래제한제도(세이프 가드)의 도입 필요성을 강력히 제기하였다. 이는 자본이동으로 인해 국내통화 및 환율정책을 정상적으로 실행하기 어려울 경우 한시적으로 외환거래를 제한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국제간 자본이동에 대한 규제를 논의한 것은 결코 새로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실질적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미국과 IMF 당국의 기본입장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지난 85년 9월의 플라자협정만을 예외로 외환시장 불개입정책을 고수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기본입장이 바뀐 것은 최근 러시아와 동아시아 등에서의 경험에 입각할 때 단기투기자본의 국제적 이동이 관련국 경제는 물론 세계경제 전반에 미칠 수 있는 충격의 잠재규모가 과거 어느때보다도 커졌기 때문이다. 오늘날 단기투기성 자본의 총규모가 어느 정도인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자료를 얻을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의 상대적 규모를 짐작케 하는 단서가 있다. 즉 오늘날 국제 주요 외환시장에서의 거래규모는 과거 어느때보다도 커졌으나 그 대부분이 상품교역이나 장기투자와는 관계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외환거래의 80∼90%가 무역거래나 장기투자와는 관계없는 금융기관 상호간의 금융자산 거래이며 런던 외환시장에서는 거래총액의 90%가 비은행고객들과의 거래가 아닌 순전한 은행간 거래로 파악되고 있다. 결국 오늘날 국제 주요 외환시장에서 금융기관 상호간의 금융거래 규모는 국제간 상품 및 서비스 교역 규모를 몇배나 능가할 뿐 아니라 장기자본거래 규모 또한 몇배나 능가해 잠재적 위력을 말해주고 있다. 73년 초 변동환율제도가 공식적으로 도입될 당시의 기대는 각종 불안정한 외환투기가 크게 축소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사실상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브레튼 우즈」체제 출범 이래 자유변동환율제도 주창자들의 일관된 논리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후 30년에 가까운 변동환율제도의 운용경험이 말해주고 있는 것은 국제적 외환투기, 즉 투기적 자본이동에 대한 피해의식이 계속 팽배돼왔다는 점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경험한 외환위기는 결코 국제적 핫머니의 희생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외지불 능력이 의심받으면서, 특히 일본계 은행들의 단기자금이 더이상 「롤 오버」되지 않고 회수됨으로써 사태를 급격히 악화시킨 것은 사실이나 투기성 자금의 대량 유입·유출과는 근본적으로 성격을 달리하는 것이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자본유출입에 대한 규제가 크게 완화됐고 환율제도 또한 자유변동환율제도로 이행하였다. 또한 지난 4월부터는 외환거래자유화 제1단계 조치가 취해져 경상지급 자유화, 결제방법 자유화 및 자본거래 자유화가 대폭적으로 이루어졌다. 외환거래자유화가 아직은 외환시장에서 교란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 않다. 또한 정책당국은 다양한 보안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시점에서 우려되는 것은 우리 경제의 외국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급속히 증대되고 그 과정에서 국제자본 이동에 따른 잠재적 불안정성 또한 급속히 축적되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국제적 차원에서 새롭게 강조되고 있는 단기자본 이동의 부작용은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닌 것이다. 이의 대비책으로서 제도적인 측면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 경제 전체 또는 일부가 국제적 투기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확실히 내실을 갖추는 일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정책기조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