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는 21일(현지시간) 열린 국무회의에서 "키프로스의 혼란이 계속된다면 아마도 극동지방에 러시아 고유의 특구를 만드는 방안을 생각해야 할 것"이라며 "적합한 입지는 많다. 사할린 섬도 있고 쿠릴열도도 있다"고 말했다.
키프로스가 이번 구제금융 사태로 '자산 도피처'로서의 위상을 잃을 처지에 놓이자 러시아 극동지방에 바하마나 영국령 버진제도 등과 같은 조세피난처를 만들어 갈 곳을 찾지 못하는 러시아 자금의 숨통을 틔워주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번 기회에 러시아 금융시장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겠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키프로스에 예금된 자금 중 일부는 그쪽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고 말해 이 같은 목적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문제는 일본의 반발이다. 쿠릴열도에 금융특구를 설치할 경우 실효적 지배로 해석될 수 있어 일본과 마찰이 불가피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발언에 대해 "메드베데프 총리가 쿠릴열도 지역을 두 번 방문하는 등 영토 문제에 강경한 자세를 취해왔다"며 "다음달 말 아베 신조 총리의 러시아 방문을 앞두고 견제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도 22일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브릭스를 국제정치 이슈를 해결할 전방위적 협력 메커니즘으로 바꾸는 데 동참하자고 제안한다"며 서방국가에 대항해 브릭스 국가들이 공동보조를 취해줄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그는 "브릭스 국가들이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란 핵 문제, 중동 문제 등 국제 문제에 적극 참여해왔다"며 "브릭스가 주요 신흥 경제국가들의 역할을 확대하고 지정학적 문제에 적극 개입하는 창구가 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과거 유럽연합(EU)과 미국의 활동을 빈번하게 비판했으며 서방국가들의 정치적 영향력에 대응하기 위해 같은 브릭스 국가인 중국과 연합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