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엔고와 한국경제/정순원 현대경제사회연 선임연구위원(특별기고)

◎수출산업 정책적 배려 불황탈출 호기 삼아야○1불=115엔까지 급등 지난 4월말에 미국 1달러당 1백27엔까지 절하되었던 일본 엔화의 가치가 5월에 들어서 불과 보름 남짓한 사이에 1백15엔 수준까지 급상승하였다. 엔화의 갑작스러운 평가절상은 호재를 갈구해온 국내 경제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 수출 경쟁력의 제고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경제가 수출 증대에 의해 불황의 긴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자못 크다. 엔화 가치가 이처럼 갑작스럽게 회복된 배경은 무엇인가. 첫째, 미국이 금년 첫 분기에 5.6%라는 괄목할만한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점차 경기 활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같은 진단은 지난 4월 미국 도매물가의 하락과 고용시장의 안정에서 확인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연준이 공금리를 당분간 인상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폭넓게 형성되었다. 일본의 금년 첫분기 경제성장률이 3%라는 기대 밖의 실적을 기록한 후 5월부터 장기 금리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양국간 금리 격차가 소폭이나마 줄어들었다. ○미 물가하락도 한몫 둘째, 엔화 회복이 양국의 이해 관계에 딱 맞아떨어진다. 일본은 그동안 엔저를 바탕으로 늘어만 가는 무역수지 흑자 처리에 골몰해 있다. 게다가 대미 무역수지 흑자도 96년에 1백86억달러 정도였는데 97년에는 2백억달러까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일본 대장성 국제금융국장이 엔화의 평가절상 필요성을 거론한 것도 시장 개방을 통한 무역흑자의 감축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자체 판단이 깔려있다. 끝으로 지난 2년여동안 낮은 금리의 엔화를 빌려서 달러화 사재기를 한 투자가들도 이제 일본 중앙은행이 7월께 재할인율을 0.5%정도 인상시킨다는 소문에 접한 나머지 빌린 엔화를 반환하는 과정에서 엔화가치 상승을 더욱 부추겼다. 그러면 엔화가치 상승은 어디까지 진행될 것인가. 앞서의 요인들이 작용하는 한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매각을 부추겨 엔화는 미 달러화에 대해 1백15엔까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외환시장이 일본정부의 입장에 적극 동조할 경우 1백10엔대까지 회복될 가능성도 있다. ○조선·철강 등 반사이익 이같은 전망이 갖는 한계는 무엇일까. 첫째, 일본 국내 금리는 크게 오를 처지가 아니다. 일본의 은행들이 저금리 저축을 활용해서 부실채권을 해소하도록 배려해야 하며 4월부터 단행된 소비세 인상 여파로 국내 경기의 둔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둘째, 미일간 자산 수익률 측면에서 아직 미국쪽이 훨씬 양호하다. 10년짜리 장기국채의 경우 일본에서는 2.5%대이지만 미국에서는 무려 6%대이다. 증시 상황을 비교해 보아도 미국의 여건이 훨씬 양호하다. 셋째, 첫분기에 일본의 통화(M1)증가율은 9.5%였고 같은 기간 미국의 통화 공급은 오히려 약간 축소되었다. 상대적으로 통화의 공급이 많은 나라의 통화가치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같은 연유로 해서 엔화 가치가 지난 4월 수준으로 다시 하락할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엔화 가치의 향방은 일본과 미국의 금융당국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크게 좌우될 것같다. 외환시장 조건에 맡겨두지 않고 미일간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에 초점을 둘 경우 엔화 가치는 빠르게 회복될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일본의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고 미국의 경기가 탄력을 잃을 것으로 전망되는 연말께나 엔화의 본격적인 회복을 기대해 볼 수 있겠다. 그러면 이같은 엔화 환율의 변동은 우리 경제에 어떠한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인가. 우리나라 수출 제품 가운데 일본과 경합하는 제품이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6년 현재 약 43%에 달한다. 엔화환율이 1백15엔까지 절상되면 우리 경제는 수출 증가에 의해 첫해에 12억달러 내외의 무역수지 개선효과가 있으며 0.4%정도의 국민총생산 증대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원화의 대미달러 환율이 8백90원대 이상을 유지해 주어야만 가능하다. 국내 경제 여건의 개선으로 원화가치가 절상되면 될수록 원화의 엔화에 대한 가치가 상승하여 엔고 효과를 상쇄할 것이기 때문이다. ○적정환율 유지해야 게다가 일본 기업들이 엔화 가치 상승분만큼 원가절감을 통해 수출가격 상승요인을 상쇄해 나갈 경우 그만큼 엔고 효과는 줄어든다. 어쨌든 엔화가치가 회복되더라도 96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일본제품과 경합 관계에 있는 철강, 조선, 석유화학, 일반기계 등은 다소의 반사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물론 국내 경제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받기에는 최소한 2분기는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70년대초부터 우리나라의 경기순환 과정을 보면 국내 경제가 침체되었을 때마다 엔고 현상에 의해 회복국면으로 반전되었다. 하지만 엔고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일 경쟁력이 높은 제품이 많아야 한다. 따라서 주요 수출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정책적인 노력이 집중되어야 한다. 그리고 원화의 엔화에 대한 환율이 양국의 경제적 기초조건을 적극 반영할 수 있도록 외환당국의 주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격경쟁력 제고를 위해서 환율 수단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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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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