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제자리서 제몫하자/김정국 현대중공업사장(특별기고)

◎정신재무장으로 경쟁력높여 불황극복을○지난날 반성자세 필요 우리회사는 지난달부터 당면한 위기와 불황 극복은 우리의 정신력여부에 달렸다는 인식하에 전간부들이 「정신재무장」이란 이름으로 해병부대에 입소하여 상륙훈련 등 강도높은 훈련을 받았다. 모두들 오래간만에 받아보는 훈련이라 힘들기는 했지만 우리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데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여러모로 유익했지만 그 가운데서도 해병대원들의 강한 자부심과 그 부대교관의 마지막 부탁은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컸다. 먼저 부대에 들어서면 쉽사리 볼 수 있는 것이 「아무나 해병이 될 수 있었다면 나는 해병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표어인데 이는 해병대의 강인한 정신력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이었다. 곧 해병의 길은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길이며 나는 남들과는 다른 강인한 군인이라는 자부심의 표현이다. 이러한 정신이야말로 이들을 최강의 군대로 자라게 한 초석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정신이 밑받침이 되어 다른 사람들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혹독한 훈련도 기꺼이 받을 수 있었으며 실전에서도 남들에게는 불가능한 상황도 그들에게는 가능으로 바꿀 수 있는 저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긍지 되찾아야 오늘날 우리나라가 경제적·사회적 어려움에 봉착한 원인의 일단도 정신력의 부재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전과는 달리 한국인이라는 자부심과 어느회사의 사원이라는 자부심 등을 조금씩 잃어간 것이 경쟁력 저하로 연결되었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가장 강한 군대가 되기 위해서는 강한 정신무장의 확립이 필요하듯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국가나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강한 확신이 있어야 할 것이다. 「내가 만든 제품은 남들과 달라」 혹은 「우리회사는 다른 회사와는 달라」라는 강한 자부심을 가진 사람들이 생산한 제품은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을 가진 상품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두번째는 교관의 부탁이었다. 몇년전 그 분은 해군사관학교 실습선을 타고 세계 여러나라의 항구를 방문했는데 가는 곳마다 열렬히 환영해 주었다는 것이다. 그는 군인으로서 처음에는 그냥 우리나라의 위상도 굉장히 높아졌구나하고 생각했으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렇게 환대해주는 원인이 우리나라가 군사강국이어서가 아니라 바로 우리나라가 이룩한 경제적 성과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강력한 경제력의 뒷받침 없이 강한 나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나라는 저희가 철통같이 지키겠습니다. 경제는 여러분께서 책임져 주십시오』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오늘날 우리가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어려움에 이른 또 다른 원인의 하나는 제자리를 꿋꿋하게 지키는 사람들이 줄어든데 있는게 아닌가하고 나름대로 생각해본다. ○혼신다해 사명완수를 논어 안연편에 보면 제나라 경공이 공자께 어떻게하면 정치가 잘 될 수 있는지를 묻자 공자는 『군군, 신신, 부부, 자자』하면 된다고 간단명료하게 대답하는 대목이 있다. 곧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아들은 아들다우면 정치가 바로 선다는 대답이었다. 이것은 모든 사람이 자신의 자리를 성실하게 지키고 자신의 할 바를 충실하게 수행한다면 세상은 조화롭게 돌아간다는 뜻일 것이다. 참으로 군인은 제자리에서 나라 지키는데 혼신의 힘을 다하고, 경제인은 경쟁력있는 회사를 만들며, 정치인은 사심없이 올바른 정치를 펴고, 근로자는 최고로 품질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교수는 강단에서, 학생은 배우는 일에 힘쓴다면 우리가 당면한 어려움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한민족으로서, 그리고 한 회사의 사원으로서의 강한 정신무장을 확립하고 각자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자기에게 주어진 사명을 묵묵히 감당해 나가기만 한다면 우리는 다시 한번 세계가 부러워하는 나라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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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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