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차이나 리포트] '13억 대이동' 춘제는 시진핑 정권의 내수진작 시험대

저소득층에 3조8800억 지원… 임금 인상·체불임금 지급 독려<br>3200조 달하는 저축 활용 추진… 삼성 등도 대대적 할인으로 화답<br>부자들은 해외 나가 돈 쓰는데다 풀린 돈 소비로 이어질 지는 의문


지난 23일 베이징남역. 이미 7일 예매를 시작한 춘지에(春节) 기차표는 대부분 매진이 된 상황이지만 실낱 같은 기대에 귀성객들이 몰렸다. 한쪽에선 올해부터 시작된 기차표 예매 실명제를 두고 공안과 귀성객의 고성이 오갔다. 몇 분 지나지 않아 공안에게 두 팔을 붙잡혀 역내 파출소로 끌려가긴 했지만 귀성 기차표 예매를 두고 여기저기 실랑이가 멈추지를 않았다.

13억명의 인구가 고향을 찾는 춘지에가 2주 앞으로 다가오며 중국 대륙이 들썩이고 있다. 올해 춘지에 연휴기간 동안 예상 철도 유동인구는 2억2,000만명, 고속도로 유동인구수는 31억명으로 예측하고 있다. 중국 전역에 사람들로 가득 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이징 남역 선전과장 차이엔메이는 "춘지에 기간 동안 전년보다 62만명 증가한 272만명을 운송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춘지에 연휴기간은 무엇보다 지난해 출범한 5세대 지도부의 내수 소비 진작 프로그램이 성공할 수 있을지 예비 시험으로 주목 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춘지에를 앞두고 저소득층에 생활보조금을 지급하고 체불임금 지급, 임금 인상 등을 유도해 실질소득을 높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도농간 격차를 소폭이나마 줄여 중국인들을 달래는 한편 풀린 돈을 소비로 유인해 내수 경기부양을 이끌겠다는 의도다.

실제로 중국정부는 춘지에 이전에 저소득층 8,953만명에게 임시생활보조금 216억위안(약 3조8,8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도시지역 생활보호 대상자에는 1인당 300위안(약5만4,000원)을 지급한다. 또 농촌지역 생활보호 대상자 5,300만명과 장애인 등 농촌지역 법적 의무 부양자 546만명에게도 1인당 200위안(3만6000원)씩 지급된다. 농촌지역은 전국적으로 2,139만명이 수혜 대상이다. 아울러 국가 원호 대상자 953만명과 정부수립 이전 입당 원로ㆍ퇴직 원로 당원 15만명에게도 1인당 360위안(6만4800원)씩 지원된다.


중국 최대 공기업 중 하나인 철도부도 월급인상을 추진한다. 중국 언론들에 따르면 철도부는 하급 근로자를 중심으로 360∼490위안(6만4,800∼8만8,200원) 수준의 월급인상안을 국무원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철도부는 12차 5개년 규획에 따라 오는 2015년까지 1인당 연평균 수입을 10만위안(1,800만원)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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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이와 함께 직접적인 재정지원 이외에도 18조위안(3,240조원)에 달하는 저축 금액을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중국인의 저축액은 지난해말 18조위안으로 1인당 평균 1만위안을 넘어섰다. 저축률도 50%를 초과해 전세계 1위를 기록 중이다. 유동성을 풀어도 내수 소비가 이뤄지지 않고 은행에 돈이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저축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의료 등 복지혜택이 낮고 노후대비에 대한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기본 공공서비스 체계를 더욱 높여 민생을 안정시킨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243억위안 규모의 의료서비스 체제 구축을 위해 지출했으며, 올해도 투자규모를 늘려간다는 목표다

중국 정부의 소비 진작 프로그램에 기업들도 호응하며 할인 행사를 펼치고 있다. 애플이 맥북을 춘지에 기간 동안 700위안 할인하고 삼성전자도 휴대폰 특가 제품을 내놓았다. 중국 소비넷에 따르면 춘지에 기간 동안 액정 TV의 점유율이 40%를 넘어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고민은 춘지에를 앞두고 돈을 풀지만 정작 고소득층의 돈은 중국 내에서 쓰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 유럽, 동남아, 한국 등 각국들이 춘지에를 겨냥한 판촉활동에 나서며 고소득층의 대부분은 해외 여행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도 춘지에 관광객을 지난해보다 25% 늘어난 6만3,000명으로 예상하며 요우커들의 소비를 기다리고 있다.

중국내 포털인 중국망은 "춘지에 기간 동안 오히려 중국 국내가 썰렁할 것"이라며 "소비진작의 효과가 큰 고소득층의 해외 여행과 쇼핑 계획은 유럽이나 가까운 한국으로 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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