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5월 30일] 만능 주군, 복지부동 참모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태평성대를 이룬 치세국가를 꼽는다면 4,300년 전의 중국의 요순시대라고 말을 한다. 일화로 요 임금이 지방을 순시를 돌 때 농부들이 태평가를 부르는 것을 보고 임금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고 하자 ‘해 뜨면 일하고 해지면 쉬고 우물 파서 물을 마시고…그런데 굳이 나라의 임금을 알 필요가 무엇인가’라고 했다. 농부들의 말을 들은 요 임금은 비로써 진정한 치세는 임금이 누군가, 무슨 일을 얼마나 했는가에 대해 백성에게 평가 받고자 함이 아니라 백성들이 원하는 뜻을 잘 살피고 받들어 시행해 태평성대를 이루는 데 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비록 시대가 변했다고는 하지만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요순시대와 조금도 다름이 없다. 지금 우리나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국민들의 반발과 비판의 소리가 높다. 부모의 손에 이끌린 어린 아이들마저 고사리 같은 손에 촛불을 들고 병든 쇠고기를 수입하지 말아달라고 대통령에게 애원했다. 결국에는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 숙여 사죄하는 현실을 볼 때 필자 역시 국민의 한 사람으로 안타까운 심정이 든다. 국정운영에는 대통령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무총리를 위시해 각부 장관들과 기라성 같은 참모들이 줄지어 있는데 그들은 모두 어디 가고 국가의 체면과 국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면서까지 국민의 주군이자 국가의 대표인 대통령이 전면에 직접 나서 마치 국정의 실패를 대내외에 알리듯 사죄해야만 할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육도삼략 중 상략 편에서 제나라 안영이 말하기를 나라에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세 가지의 전조가 있다고 했다. 첫째, 훌륭한 인재가 있음에도 알지 못하고 알려고 하지 않는 것. 둘째, 인재를 알면서도 등용치 않는 것. 셋째, 등용했지만 신임을 하지 않는 것이 그것이다. 한 예로 중국 초한시대의 유방은 전략가도 뛰어난 힘과 무예를 가진 자도 아니다. 그런 그가 천하장사 서초패왕 항우를 무찌르고 천하를 통일해 황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천리 밖의 전장을 손바닥 보듯 하는 전략가 장자방(장양)과 국정을 잘 살피고 군수품을 원활히 공급하는 내무대신 소하 장군과 백만 대군을 이끌고 백전백승하는 한신 대장군’과 같은 세기의 명 참모들을 뒀기 때문이다. 유방은 무엇보다 참모들을 인정하고 믿고 맡기며 의심하지 않고 각자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바탕을 깔아줄 줄 아는 넓은 도량과 포용력, 배려와 이해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 반면 항우는 삼일 밤낮을 먹지 않고 자지 않으며 매 전투에서 유방의 군을 쫓으며 승리했다. 그러나 비록 천하에 상대할 자가 없는 힘과 무예를 가진 ‘항우’ 였지만 참모인 아부 범증마저 믿지 못하고 의심해 내치는 어리석음과 참모들의 진언을 귀담아듣지 않고 무시하며 자신만이 만능인 양 오만과 독선, 아집과 독주가 앞섰기에 수많은 승리의 기회가 와도 잡지 못하고 패망했다. 한마디로 유방은 주군의 역할과 참모의 역할에 대해 명확히 선을 그어 참모와 부하들이 해야 할 일을 침범하지 않고 걸맞은 권한과 책임을 부여했지만 항우는 자신의 재능만을 믿고 참모들의 직언을 무시하며 자신이 모든 것을 나서서 함으로써 승패의 운명이 갈렸다. 필자 역시 ‘인생게임에서 이겨라’라는 책을 통해 ‘조직을 운영하는 것은 쌍두마차를 모는 마부의 조정 기술과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한 손에는 말고삐를 잡고 다른 한 손에는 당근과 채찍을 쥐고 앞서나가는 말과 뒤처지는 말에는 당근과 채찍으로 서로 보조를 맞추도록 조율하며 마부와 말이 서로 혼혈일치가 돼 목적지를 향해 달려 갈 때 조직은 발전한다는 것을 말함이다. 제왕 학에서 ‘장군이 해야 할 일을 병졸이 해서는 안 되고 병졸이 해야 할 일을 장군이 해서도 안 된다’라고 했다. 이를 달리 해석하면 주군은 ‘전투의 승리보다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말과 같다. 국가나 기업을 운영하는 주군이나 리더가 아무리 뛰어난 만능의 재주를 가진 자라고 해도 결코 혼자 모든 일을 할 수는 없다. 참모들을 젖혀놓고 그들의 역할마저 다하고자 한다면 결국 참모로서는 불신 받고 있다는 소외감에 사기가 저하되고 재능을 발휘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소위 ‘너 혼자 다해 먹어라’는 심정으로 무기력감에 빠져 복지부동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주군이나 리더가 지켜야 할 육계는 다음과 같다. 첫째, 참모들의 마음을 붙잡아야 한다. 둘째, 믿고 맡겨야 한다. 셋째, 질시나 의심을 하지 말아야 한다. 넷째,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바탕을 깔아줘야 한다. 다섯째, 참모의 역할을 무시하고 앞서나가거나 월권하지 말아야 한다. 여섯째, 무엇보다 독선ㆍ독주를 하지 말아야 한다. 마차를 끄는 마부가 말들이 다소 부족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말고삐를 놓고 조정자 역할을 포기한 채 말들과 함께 달려가는 어리석은 행위를 하면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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